입력 : 2012.10.09 23:31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일본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와 영국의 존 거던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선정됐다. 거던 교수는 1962년 개구리 복제에 성공해 동물 복제 연구의 물꼬를 텄고, 야마나카 교수는 2006년 다 자란 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생명체 초기 단계의 줄기세포를 만들어 질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야마나카 교수의 수상으로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19명으로 늘었다. 그중 평화상 1명과 문학상 2명을 뺀 16명이 물리·화학·생리·의학 등 자연과학 분야에서 받은 것이다.
일본은 1949년 유카와 히데키 교토대 교수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으로 과학 붐이 일자 이화학연구소(리켄)를 비롯한 기초과학 연구 기관에 대한 지원을 집중적으로 늘렸다. 일본 정부는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연구·개발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아래로 낮추지 않는다는 '2% 원칙'을 지켜 오고 있다. 그중 60~70%는 반드시 응용 기술이 아닌 기초과학 분야에 배정한다. 2000년 이후에만 일본 과학자 11명이 노벨상을 집중 수상하고 있는 것은 오랜 기간 쌓인 노력과 투자가 수십년 숙성(熟成) 과정을 거쳐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민간과 공공 부문을 합친 총 연구·개발(R&D)비는 45조원으로 세계 7위권이다. 정부 지원 연구·개발 사업 규모도 16조원으로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스라엘·핀란드에 이어 세계 3위다. 하지만 우리 연구·개발 투자의 3분의 2는 응용 기술 개발에 쏠려 있다. 연구자들이 연구비를 계속 지원받으려면 단기간에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주제에 매달리게 된다. 정부가 발주한 연구 과제의 성공률이 98%에 이르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이런 연구비 지원 방식 때문이다.
시모무라 오사무 교수는 1961년 논문을 발표한 후 47년이 흐른 2008년에야 노벨 화학상을 받았고, 그와 연구생들이 그동안 연구를 위해 표집한 해파리가 300t이 넘었다. 그런 긴 여정을 진득하게 지켜봐 주고 지원하는 풍토가 없으면 노벨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젊은 이공계 인재들을 기초과학계에 붙잡아 두기 위해선 모험과 도전, 실패를 반복할 수 있도록 연구 풍토를 새로 만들어가야 한다.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난부 요이치로 시카고대 교수는 "물리학의 묘미는 퍼즐과 같은 수수께끼를 푸는 재미다. 초등학교 과학 시간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했다. 우수한 아이들이 과학 시간에 과학의 이런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도록 우리 과학 교육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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