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문학회 2012/11/21 06:03 | 추천 1 스크랩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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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가 끝나고 2차에서 만난 성동 문인들, 앞줄 좌로부터 아동문학가 이혜지,회장 시조시인 이진숙,시인 황미라,시인 최정은, 시인 표회은,시인 지하선, 시조시인 이후인, 소설가 정소성 축하곡을 부른 성동역내 고교생들
시인들의 시 낭송을 경청하고 있는 여타 회원들
나는 성동구 옥수동에서 살고 있다. 강 건너가 압구정 동이라, 언제나 잘 사는 동네를 멀리서 바라보고만 사는 강북의 한 지역이다. 그러나 사람이란 누구나 자기가 사는 곳이 제일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는 것같다. 나는 나도 모르게 어느 틈엔가 성동구 옥수동이 사람 살기에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교통이 아주 편리하다. 춘천으로 가는 중앙선전철이 지나가고, 인천으로 가는 환승역인 용산으로 가는 중앙선이 지나가고, 문산으로 가는 3호선이 지나가고, 분당 수지로 가는 3호선이 지나간다. 요사이는 분당으로 가는 분당선이 옥수역 바로 옆인 왕십리전철역을 종점으로 하고 있어서 교통이 한결 더 편리해졌다. 특히 왕십리역은 2호선, 5호선, 중앙선, 분당선 등 네개 전철역의 통과역 혹은 종점역이라 교통이 정말 편리하다. 나는 요사이 강 건너 잘 사는 동네인 압구정동을 바라보며 살지 않는다. 내가 살고 있는 옥수동이 교통이 너무나 편리하여 그 편리함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천만 인구가 모여사는 서울, 교통의 편리함은 아주 중요한 생활의 한 요소이다. 나는 여기 옥수동으로 1985년에 이사를 왔다.강동구 둔촌동에서 직장인 단국대학이 있는 여기 성동구로 이사를 왔던 것이다.그러니 어언 성동구로 이사오고 22년이 흘렀다. 이제는 정말 성동구에 정이 들었다. 성동구는 무엇보다도 <물>의 고장이다. 청계천과 중랑천, 그리고 한강이 합수하는 곳이다. 그러니까 이 세 물줄기가 흐르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성동구에 20년 이상 살다보니, 성동에 사는 문인들이 나를 문인 모임에 불러내곤 하였다. 네번째 민선 구청장을 하고 있는 고재득씨가 문학을 좋아하고, 자신이 또한 문인이라, 각종 백일장이니 각종 문집 등을 펴내는데 열심이다. 그래서 2000년 2월에, 이 지역에서 간행되고 있는 월간 문예지 <문학세계>의 주간인 김천우 시인의 발기로 성동문인협회가 발족하였다. 부끄럽게도 본인이 초대회장으로 추대되었다. 성동문인협회가 발족한지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2대 최은하 시인, 3대 이희선 시인, 4대 이진숙 시인이 회장을 맡았다. 그리고 기관지인 <성동문단><이 해를 거듭할수록 충실해져서,올해 2012년에 12호를 간행하였다. <성동문단> 12호는, 298페이지에 달하는 정성을 다한 아름답고 충실한 문예지로 컸다. 그러나 나는 초창기 성동문협에 관여하였으나, 그후 무슨 뚜렷한 이유도 없이 계속 불참하였다. 10년 세월이 지나고 나서, 최근에 4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진숙회장이 정중하고 간곡하게 성동문인모임에 나와줄 것을 청하였다. 그래서 어제밤(2012,11,20)에 구립 성동도서관에서 있었던 2012년 총회 겸 송년 시낭송회에 나갔다. 회장이 축사를 부탁하였으니 나가지 않을 수도 없었다. 어제밤 이 모임에 나가보고 놀란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문인들의 얼굴들이 많이도 바뀌어 있었다. 내가 처음 성동문협을 같이 만들었던 시절의 얼굴들 이외에 낯설고 젊은 얼굴들이 많아 시선을 끌었다. 이분들은 활달하고 솔직했으며 분위기가 과거 자주 만났었던 성동문인의 약갼의 우울하고 무기력한 그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문학을 사랑하고 즐기는 젊은이들의 분위기 였다. 정년하신 교장,교감, 공무원, 대학강사, 정년한 명예교수,전업주부등 직업도 가지각색이었다.한 분 한 분 시 낭송을 할 때마다 그분들은 열과 성을 다해 자작시를 낭송해 나갔다. 문학이란 인간의 역사가 시작한 이후로 인간이 가장 선호하는 예술장르이다. 노벨상도 예술로는 문학쟝르만 있고, 조선시대 과거에도 문학만을 주된 과목으로 하지 않았나. 낭송되는 시들을 듣고 있던 나는 자신도 모르게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이렇게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여기 성동에서 같이 살고 있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내 가슴을 채워왔다. 성동문단12집에는 나의 중편 소설 <아버지와 아들>이 게재되어 있었다. 비록 재수록 된 작품이지만, 이렇게 많은 지면을 할애해주신 편집인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대회장이라고 나를 소개하면서 축사를 부탁하는 사회자의 안내방송을 듣고, 나는 새삼스럽게 잊고 사는 성동문학인 모임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인간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참다운 소설도, 시도 쓸 수 없는 것이다. 총회 겸 시 낭송회가 끝나고 뒤풀이로 식당으로 몰려가 막걸리를 곁들여 저녁을 먹었다. 많은 대화를 나누고 많은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한 분 한 분을 내 기억 속에 저장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내가 살고 있는 성동, 여기 성동의 문인들과 잘 사귀고 그 분들과 좋은 문학적인 교류를 하지 않는다면 내 문학은 어디서 풍부한 인간의 자양을 얻을 수 있을까.... 회장이신 이진숙 시인이 입장 시 내가 낸 회비를 되돌려주었다. 내가 아무리 거절해도 막무가내였다. 초청되어온 분이기 때문에 회비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여기 성동에 20년째 살고 있는 소설가인데, 성동문협에서 이방인 취급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나 자신을 반성했다. 내가 얼마나 성동문협에 그리고 내가 뿌리박고 살고 있는 성동문학인 모임에 무관심했는가를 깊이 깨달았다. 내 삶의 터전인 성동의 사람들을, 특히 문인들을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나는 어디가서 진솔한 인간의 만남, 인간의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이런 깨달음은 이런 모임에 가지도 않지만, 혹시 가더라고 밥만 먹고 가버리는 나의 습관을 깨고 나는 2차에 따라가게 했다. 2차에 가서 자리를 잡고 보니 성동문단 편집을 하시는 표 선생님과 나를 제외하고는 전부 여성분이었다.다들 젋고 아름다운 분들이었다. 좋은 시가 저절로 흘러나올 것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 분들은 두 달에 한번씩 별도의 모임을 갖고 문학을 이야기 하고 시를 낭송한다고 하면서 나의 참여을 청했다. 나는 반 응락을 했다. 나는 한분 한분의 존함을 외우고, 감동한 나머지 나의 졸작 장편 <설향>을 보내드리겠다고 했더니 다들 손벽을 치면서 반가와했다. 새벽에 잠을 깨니 알 수 없는 감동이 가슴을 메워왔다. 어제밤,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낯설지만 감동적인 세계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세상은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나이 들대로 들어 무기력하고 알 수 없는 패배감에서 허덕이는 동년배 새대와는 다른, 밝고 활기차고 생기에 넘치는 젊은이들의 세계를 접했기 때분이었다. 인간은 인간인 것 그것 자체만으로 위대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문학인들의 영원한 명제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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