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실패한 군은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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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실패한 군은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각성이 필요하다   호국문화문학협회 사무총장 장순휘

북한군 병사가 지난 10월 2일 밤 12분 만에 우리 군의 3중 철책을 넘고, 내륙 1소초(GOP 내무반)에서 귀순하기 전 동해선 경비대 건물까지 들러 문을 두드렸던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CCTV를 통해 북한군 병사를 확인했다"(8일) "CCTV가 아니라 북한군 병사가 GOP 내무반을 두드린 뒤 신병을 확보했다"(10일) 등 우리 군의 말 바꾸기에 이어 최전방 경계 허점이 추가로 밝혀진 것이다.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증언을 토대로 본다면 해당 병사가 지난 9월 29일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50㎞ 북쪽에 위치한 자신의 부대를 탈영하여 10월 2일 오후 8시쯤 북한 측 철책에 도착했으며, 이후 MDL(휴전선)을 넘어 오후 10시 30분 우리 GOP 철책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그후 12분정도 걸려서 3중 철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면 경계철조망을 각 4분간 거침없이 넘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북한군 병사 '노크 귀순 사건'은 전방부대의 한심한 경계 태세와 함께 군기문란의 난맥상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철책을 넘은 북한 병사가 경계근무 초소를 두 군데나 들러 문을 두드리며 휴전선 남쪽 아군지역을 활보하는 동안 우리 군은 무방비 상태였기 때문이다. 북한 병사는 지난 2일 오후 11시 우리 측 철책을 넘은 뒤 가장 가까운 동해선 경비대 건물로 찾아가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하고, 한참을 기다리던 이 병사는 인근 육군 22사단 내륙 제1소초(GOP) 생활관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GOP 내무반 출입문 위에 달려 있던 CC(폐쇄회로)TV는 평소 녹화가 잘 되었는데 북한군 병사 귀순 시각인 오후 11시 19분을 포함해 오후 7시 30분에서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녹화가 되지 않았다니 참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고의적으로 지운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군내 전문가들을 동원해 확인했으나 고의로 지운 흔적은 없었다고 하지만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문제는 CC(폐쇄회로)TV의 녹화가 아니라 실시간에 졸지않고 촌각의 빈틈없이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경계의 기본 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계가 뚫린 22사단 상급부대인 1군사령부와 합참이 보고과정에서 생긴 문제에 대해 한때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으니 상하제대 간에 한심한 작태이기도 하다.
과거에 우리군은 4년 전인 2008년 4월 판문점 근처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경계초소(GP)에도 북한군 장교가 GP문을 두드리고 귀순 의사를 밝혔던 사건도 있었고, 당시 GP 근무를 서던 장병들은 귀순 유도작전을 펼친 것처럼 보고를 조작해 표창까지 받았다가 나중에 사실이 밝혀져 중징계 처리된 일도 있었다는데도 이처럼 반복하여 경계부실사건이 재발되는 것은 우리 군에 대한 그간의 신뢰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 부대는 1999년과 2009년에도 민간인이 철책에 구멍을 뚫고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학도 했다. 당시에도 군은 북한이 월북 사실을 밝히기 전까지 이를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경계 태세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여기에 이 사건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이번 전방경계실패는 결코 단순한 문제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여론이기도 하고, 군 스스로도 심대한 반성과 더불어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각오로 그 본연의 소명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우선 경계실패에 대한 엄중문책을 통하여 군령(軍令)과 군기강(軍紀綱)을 세워야한다.
더욱이 『군인복무규율 제4조(강령) 제2항(국군의 사명)』에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라고 규정된 대로 그 소임을 다해야 함이 마땅하지 아니한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는데 소를 잃어도 외양간을 고쳐야한다. 다른 소들이 살아야 할 외양간이기에 한 마리 소가 없어졌다고 한숨만 쉬고 있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도 미약한 것으로 보는 국민적 시간이 있다. 특히 보고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장군이 있다면 분명히 그 책임을 물어서 군의 기본인 신속정확한 상황보고확립에 사례가 되어야 한다.

결국에서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어려운 결단으로 사단장, 연대장, 대대장을 보직해임하는 등 장군급 5명, 영관급 9명 등을 처벌하였다고 하니 안타까움이 없지 않다.
그러나 군의 대의(大義)를 위해 이 아픔을 이기고 군은 완벽한 경계근무 기강과 신속정확한 보고체계를 확립하여 유사시 과연 우리 군에게 맡긴 국가방위의 신성한 사명을 완수하여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 손자는 일찍이 “兵者, 國之大事(병자, 국지대사)”라하여 ‘국방의 일이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으며, 특히 경계는 적의 기습을 방지하는 결정적인 군의 임무로서 추호의 빈틈도 없어야 한다는 것을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2012-10-22 09:3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