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입력 : 2012.10.14 23:30 | 수정 : 2012.10.15 00:28
-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1999년 6월 북한 경비정들이 연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자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이른바 '4대 교전(交戰) 규칙'이라는 작전 지침을 내렸다. '적이 쏘기 전에 절대 먼저 쏘지 말라. NLL은 고수하라. 현장 이탈하지 말라. 확전(擴戰)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우리 해군은 NLL 이남으로 연일 내려오는 북한 경비정들에 위험을 무릅쓰고 고속정 선체(船體)로 부딪치는 '밀어내기 전술'로 대응해야 했다. 이런 상황이 1주일여가량 계속되다 6월 15일 제1연평해전이 발생했다. 당시 지휘관을 맡았던 한 예비역 해군 제독은 "제1연평해전은 우리가 승리하기는 했지만 4대 교전 수칙은 통수권자의 지시가 장병을 얼마나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좋은 교훈 사례"라고 말했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직후 천안함 장병은 북한의 어뢰 공격임을 직감(直感)하고 "어뢰 공격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해군 수뇌부는 이를 즉각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사건 원인을 예단하지 말라"는 지시를 되풀이했다. 8개월 뒤인 그해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때도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확전 자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군은 또 한 번 '말로만 강력 대응'을 했고 결국 많은 국민을 실망시켰다.
지금까지 군(軍) 통수권자 또는 청와대의 잘못된 지시, 청와대와 군 수뇌부 간의 소통 부족, 통수권자 의중(意中)에 대한 군 수뇌부의 과잉 충성 등에 따라 북한의 도발에 우리 군이 잘못 대응한 경우는 비단 이 사건들뿐이 아니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있을 일이다. 올 들어 지난 4월 장거리 로켓 발사를 제외하곤 아직 눈에 띄는 북한의 고강도(高强度) 도발은 없는 상태이지만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한반도 안보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상존(尙存)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을 불과 60여일 앞두고 있는 지금까지도 유력 대선 후보들은 대부분 구체적인 위기관리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내년부터 향후 5년간 남북한 관계와 대(對)주변국 관계에서 중대 사태가 생길 수 있다는 안보 변수가 부각되고 있다. 북한은 다음 정부의 지원 등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내부 체제 결속이 필요하다 싶으면 제2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같은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그럴 경우 지금까지 군에서 말로는 "10배까지 대응 포격을 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 수준으로 대응할지는 군과 새 통수권자 간에 사전 교감이 있어야 한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대립처럼 독도와 이어도를 둘러싸고 일·중과 영토 분쟁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도 다음 대통령의 안보 분야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이런 여러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대선 후보들은 국방 분야에 대한 공부와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음 대통령은 취임 이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새로 임명된 청와대 외교·안보 참모, 군 수뇌부와 함께 각종 돌발 상황에 대비한 위기관리 연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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