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억제력을 갖추어야 한다/ 유용원의 군사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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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억제력을 갖추어야 한다. 김국헌 예비역 육군소장

한미 미사일 지침(guide line)이 타결되었다. 한마디로 晩時之歎은 있지만 進一步한 것이다. 10년전 한미간 협상에 참여했던 실무자의 한사람으로서 협상 실무자들의 노고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번 타결에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상호 이해가 크게 작용하였다고 한다. 주한미군에서 근무하였던 원로 장성들의 조언도 상당히 유효한 요소로 작용하였으리라고 본다. 외교는 대통령이 직접 개입할 요소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관계 당국에서 오래동안 유지하고 있는 인식과 논리, 정책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어느 시점에서 실무자들을 뛰어 넘는 ‘돌파’는 최고위층의 결단으로서만이 가능하다. 미국이 2차 대전에 참전하기까지에는 처칠과 루즈벨트의 특별한 관계가 깊게 작용하였던 것도 한 예다. 이처럼 외교는 이러한 여러 측면과 차원에서의 노력이 운축된 것이다. 곧 있을 원자력 협정 협상에 있어서도 좋은 보기로 작용하기 바란다.

한국은 이 정도면 되지 않는가라는 ‘한국의 주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800km 이상은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미국의 세심한(?) 배려에 대해 무슨 소리냐? 중국은 대륙간탄도탄을 가지고 있고 일본의 미사일 능력도 월등한데 한국은 왜 안된다는 것이냐고 항의할 수는 있다. 그러면 미국은 (속으로는) 이제 한국도 중국 일본과 동열에 섰다고 생각하느냐고 웃는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일곱 번째로 20-50 그룹에 들어간 한국의 발전에 축하를 보내면서도 (미국이 헤비급이라고 한다면) 중국, 일본은 라이트 헤비급, 한국은 이제 미들급 정도에 들어섰다고 보는 인식은 쉽게 바뀌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사람들의 오래된 인식을 바꾸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일본이 1860년대 개항시 맺은 불평등 조약을 개정하는 데는 1차대전에서 전승 5대국이 되고 나서야 가능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이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영국의 경항모는 미국의 니미츠급 항모와는 차원이 다르다. 단적인 예로 고정익에 AWACS를 탑재하지 못하고 헬기에 님로드를 싣는다. 그것으로 충분하겠느냐고 했더니 씩 웃으며 ‘better than nothing' 이라고 하지 않는가?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힘의 원천이었고 세계에서 최초로 항모 운영을 시작한 Royal Navy 의 후예들로서 정규 공모를 가지고 싶은 생각이야 굴뚝 같겠지만 조락한 영국의 국력으로서는 이정도 유지하는 것으로도 다행이라는 냉정한 현실인식하에 ’바람직한 최고‘가 아니라 ’가능한 최선‘을 택하는 자세에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전략에서는 능력(capability)이 우선이다. 意圖(intent)는 變數이나, 能力은 常數이다. 국가 안보를 상대의 善意에 기대하고 있어서는 안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능력의 확보’ 그 자체가 억제력(detterance)을 생성한다. 이제 북한은 ‘서울 불바다’니 뭐니 하는 공갈을 함부로 할 수 없다. 우리 군은 반응속도가 빠른 탄도미사일과 정교한 순항미사일, 그리고 장시간 순항할 수 있는 무인기와 정밀 타격이 가능한 전폭기를 조합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을 앞두고 적극적 억제(proactive deterance)를 갖추는데 더욱 박차를 가해야겠다. 향후 미사일 개발과 운영, 배치과정에서 한미간에 정보감시 능력을 일체화하고 통합지휘통신체계를 긴밀하게 구축하는 문제를 서둘러야 한다. 관련 정부부처와 국회에서 도 이를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2012-10-11 09: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