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Free Opinion

스페인의 하늘

鶴山 徐 仁 2012. 6. 1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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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하늘

2012-6-15

스페인의 하늘은 유달리 높고 푸르다. 오늘 마드리드에서 토레도로 가고 오는 중에 차창 밖으로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며 50년도 넘는 지난 시절을 생각하였다. 나는 고교시절에 가출(家出)하여 일년 반 세월 떠돌던 시절이 있었다. 윗주머니에 칫솔 하나 꽂고 헤르만헤세 시집 한 권을 손에 들고는 진해 마산으로, 통영으로, 여수 순천으로 떠돌았다. 바늘장사도 하고 동동구리무(화장품)도 하고 때로는 식당에서 일하다가 농가에서 일하다가 구름처럼, 바람처럼 살아보자고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 나이에도 헤르만헤세의 시라면 수십 편을 단숨에 외울 수 있다. 그러기에 오늘 스페인의 높푸른 하늘을 보며, 그리고 그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보며 헤르만헤세의 시를 읊조렸다.

 

< 들을 지나서 >

헤르만헤세

하늘을 건너 구름은 가고
들을 지나 바람은 간다
들을 건너는 이 나그네는
내 어머니의 길잃은 아이.

거리 위로 가랑잎은 구르고
나뭇가지에 새는 지저귄다
산너머 그 어딘가에
머나먼 그 어딘가에 내 고향은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