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가장 신나고 멋있었던 일은 제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야구부가 전국4강에 들은 일이었습니다.
'8강전에서 전국4강으로 압축이 되었다.' 하면 다음날 당연히 책가방을 안가지고 학교에 등교를 합니다.
그럼 학교에서는 버스가 다 준비되어 있어서 그 버스를 타고 서울로 야구응원을 하러 갑니다.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니는 학교가 야구를 잘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지만 더욱 즐거운 것은 수업을 하지 않고 놀수 있다는 것이 너무 즐거웠던 것입니다.
나중에 야구게임이 다 끝나고 내려와서 공부하고 시험 준비하고 하는 것은 굉장히 고통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제가 사회생활하면서 성인이 되어서 생각해보니까 그때 즐거움이라는 것은 사실 잘못된 즐거움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나 자신이 할 의무를 소홀이 해도 좋다는 어떤 그런 면죄부를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받은 거죠.
그러니까 자기 개인 일을 소홀히 하고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어떤 그런 기분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비슷한 느낌을 2002년 한일월드컵 때도 가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서울시청 광장에서 밤을 새워서 환호를 지르고 기뻐하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집단적으로 에너지가 분출되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또 한측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일들을 소홀이 해도 된다는 마음의 편안함 때문에 즐거워하지 않았나하는 부분도 저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 사회가 개인들이 자기 자신의 꿈은 없고 사회전체적인 차원에서 꿈만 있다면 그런 사회는 전체주의로 흐를 위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사회전체가 지향하는 꿈은 없고 개인위주의 꿈만 있다면 자칫 무정부주의나 극단적개인주의로 흐를 수도 있습니다.
논어에서 보면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말이 있습니다.
동이불화(同而不和)도 있죠.
동이불화(同而不和)는 같은 사람들을 추종하고 닮아져가면서 같이 화합하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모토로 삶고 있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말은 서로 화합은 하되 덩달아서 쫓아가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저는 화이부동의 진정한 의미는 한사회가 또는 한조직이 또는 한집단이 공동적으로 추구하는 그런 꿈도 있으면서 그 가운데서 개인의 꿈도 약해지지 않고 건강하게 함께 존재하는 그래서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 안에는 한사회의 꿈, 다른 사람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는 나 개인의 꿈도 포함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