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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스크랩] 진보여, 겸손하라 - 곽인찬 논설실장

鶴山 徐 仁 2012. 4. 17. 09:58


[fn스트리트]진보여, 겸손하라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4·11 총선을 말하라면 '싸잡아 무개념으로 몰아붙인 것'에 대한 반발이다. 진보의 오만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온라인에서 비(非) 진보는 무개념으로 통칭된다. 개념 있는 진보와 대립되는 개념이다. 예컨대 진보 쪽 연예인들은 개념 연예인으로 통한다. 총선 당일 개념·무개념을 가르는 기준은 아마도 각양각색의 표정으로 투표 인증샷을 찍어 트위터 또는 페이스북에 올렸는지 여부일 것이다.

 나는 중도파다. 보수도 좋고 진보도 좋다. 다른 한편 보수도 싫고 진보도 싫다. 사안에 따라 내 판단은 달라진다.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우 나는 해야 한다는 쪽이다. 반면 복지는 좀 더 적극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는 편이다. 그 결과 나는 한미FTA 이슈만 나오면 졸지에 무개념 보수 꼴통이 된다. 이건 보수진영의 '빨갱이' 논리와 마찬가지로 극단적인 편 가르기다.

 온라인은 진보 천국이다. 여기선 진보 논리가 보수 논리를 압도한다. 그러니 눈치 안 보고 보수를 마음껏 두들긴다. 이런 걸 보통 '그들만의 리그'라고 부른다.

 진보가 진영논리에 푹 빠져 자기들끼리 히히덕거리는 동안 보수는 오프라인에서 똘똘 뭉쳤고 중도는 무개념 취급에 골이 잔뜩 났다. "내가 무개념이라고? 어디 한번 당해보라"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이런 판에 지지율 상승의 기폭제로 기대했던 '나꼼수' 김용민 후보는 본의 아니게 트로이의 목마로 전락했다. 그는 새누리당 과반 승리의 일등공신이다. 내가 아는 한 중년여성은 김 후보가 당선되면 이민을 가겠다고 말했다.

 누가 과연 무개념인가. 중도의 마음을 눈곱만치도 헤아리지 못하면서 정권을 잡겠다고 덤벙대는 진보야말로 원조 무개념이 아닌가. 유권자들은 진보의 머리 위에서 놀고 있다. 무한복지 공약에 코웃음을 친다.

 그런데도 총선 패배 후 진지하게 자성하는 진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김용민 후보는 트위터에 남긴 낙선 소감에서 "역사의 진전에 별 도움이 못된 터라 지지자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썼다. 진보가 이기면 역사의 진전이고 보수가 이기면 역사의 후퇴인가. 오만이다.

 진보가 겸손을 배우지 못하면 대선 승리는 요원하다. 적어도 중도파인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출처 : 碧波 藝術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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