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Free Opinion

[나의 어머니(4)] 김진홍의 아침묵상

鶴山 徐 仁 2012. 3. 29. 18:37

title

나의 어머니(4)

2012-3-24

대학입학수능시험 치는 날이었다. 나는 대구성광고등학교를 다녔지만 수능시험은 경북고등학교에서 치러졌다. 시험 치러 가는 날 아침 어머니게 도시락을 주시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거침없이 말하시기를 "도시락 없다"고 하셨다. 나는 이해가 가지를 않아 "어머니 다른 날도 아니고 대학입학수능시험 치는 날인데 도시락이 없음 어떡해요?"하고 반문하였더니 "도시락을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아 준비를 못하였으니 그냥 가거라"하셨다.

내가 계속하여 말하기를 "어머니 오늘 시험이 오후까지 계속되는데 도시락이 없으면 굶으며 시험을 치라고 하시는 거에요?"하며 항의조로 말씀 드렸더니 꾸지람 하는 식으로 말하셨다.

"남자가 그것도 해결 못하냐? 시험치는 날 도시락 준비 못해 주는 어미 맘도 이해하여야지, 없는 도시락을 자꾸 조르면 내 맘은 어떻겠냐?"

나는 더 이상 다른 말 할 수 없어 풀이 죽은 체로 시험장으로 갔다. 시험장인 경북고등학교로 가서 오전 시험을 치른 후에 점심시간이 되니 수험생들 모두가 어머니. 누나, 할머니 들이 도시락들을 준비하여 와서 학교 운동장 곳곳에서 돗자리를 갈고 식구들끼리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께서 "남자가 그것도 스스로 해결 못하느냐?"하시던 말이 기억나 포푸리 나무에서 가지를 꺾어 젓가락을 만들어 들고는 운동장을 한 바퀴 돌며 친구들을 찾았다.

어딘가에 학교 친구나 교회 친구들의 가족들이 점심상을 펴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다녔더니 친구 어머니들이 나를 정답게 부르며 식사 같이 하자고 권하였다. 그래서 친구 서너 집을 돌고 나니 도시락 사온 친구들보다 더 잘 먹을 수 있었다. 그런 덕분에 과식하게 되어 점심 식사 다음 시간이 수학시험 시간이었는데 식곤증이 밀려들어 수학문제 풀이하는 데에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나는 세월이 흐른 뒤에 그날 도시락을 마련해 주지 못한 어머니를 이해하고, 또 감사히 여기게 되었다. 나를 그렇게 강하게 키우셨기에 내 평생에 온갖 역경을 극복하며 살아남아, 보람 있는 삶을 살아올 수 있었다는 생각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