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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초점] 무역 2조달러 가로막는 '전력 보릿고개'/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1. 12. 20. 16:53

사설
경제초점

[경제초점] 무역 2조달러 가로막는 '전력 보릿고개'

이광회 산업부장

 

입력 : 2011.12.18 23:05

이광회 산업부장
올해 우리는 세계 9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돌파했다. 정부는 '무역 2조달러'란 목표를 새로 내걸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무역 2조달러 시대가 되려면 정부가 주도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기업이 필요한 것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다양한 수출 저변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영호 코트라 사장은 "무역 2조달러에 맞는 한국형 무역 성장 모델을 만들자"고 했다. 옳은 말들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된 게 없다.

2조달러 무역을 외치는 지금, 정작 기업 현장은 정부의 엄포 행정과 전기부족 우려에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 15일부터 정부의 절전(節電) 시책이 반(半)강제적으로 시행돼 기업마다 단속반과의 전쟁에 시달리는 중이다. 내년 2월까지 무려 77일간 피크타임 시간의 전력 10%를 줄여야 하는 대기업 공장은 전국에 1만4000여 곳이다. 이 중 대다수는 "더 줄이라는 것은 공장 문을 닫으라는 소리"라며 "하루 300만원씩, 최대 2억원이 넘는 과태료를 때리면 얻어맞을 수밖에 없지만 이것이 무역 2조달러를 외치는 정부의 기업지원책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무역 2조달러'는 우리의 경제·사회·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다. 20대 대학생들에게는 취업기회, 30~40대에게는 내 집 마련과 자녀교육, 50대 이후에는 안락한 노후보장의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은 수출입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 없이는 힘들다. 다시 말해 경제성장은 '전기 잡아먹는 하마들' 즉, 크고 작은 공장들이 전국 수백여 산업단지에서 전력을 맹렬히 빨아들일 때 가능하다. 전자·자동차·석유화학·기계부품 등 산업생산시설들은 한결같이 전기 다(多) 사용 업종들이지만, 동시에 우리 경제를 버텨 온 효자 업종들이다.

최근 10년간 국내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매년 7%씩 늘어났다. 작년 9월부터 한 해 동안 새로 지정된 산업단지만 해도 73곳이나 된다. 이 정도 산업단지가 정상가동하려면 매년 원전 1기 정도는 세워져야 감당할 수 있다. 산업용 전력 수요가 늘면 상업용·주택용도 덩달아 증가한다. 전력 공급은 더 늘어야 하는데, 현실은 거꾸로다.

무역 2조달러는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해외에 나갔던 국내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중국이나 일본 기업들까지 우리 산업단지로 끌어들여야 한다. 한·미 FTA도 한국을 생산거점으로 삼아 세계 최대 시장과 자유무역을 하자는 취지이고 보면, 일본이나 중국·유럽 기업들이 한국을 생산기지화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 모두 산업생산 시설들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매년 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권 경제 대국'을 내세웠던 MB 정권의 '747 공약'은 헛공약으로 판명 났고, 폐기됐다. 하지만 이제 임기가 1년 남은 현 정권은 무역 2조달러만큼은 확실하게 기초토대를 마련해 놓고 떠나야 한다. 그 첫째가 전력의 안정적 공급일 것이다. 나머지는 대통령 얘기대로 기업이 필요한 것을 측면지원해 주면 된다. 무역 2조달러의 원년인 2012년은 정권 수뇌부가 머리를 맞대고 당장의 전력 보릿고개 돌파 해법은 물론이고, 무역 2조달러 돌파의 전력 인프라 해법을 내놓는 해가 돼야 한다. 이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무역 1조달러 아래로 다시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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