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선 대혁명 때 민중을 상징한 여성을 '마리안'이라고 부른다. 브리지트 바르도를 비롯한 프랑스 '국민 여배우'들이 마리안상(像)의 모델이 됐다. 2000년 배우이자 수퍼모델 래티샤 카스타가 마리안의 모델이 된 지 1년 만에 '탈세 도피'를 해 파문을 일으켰다. 언론은 카스타가 수입의 52.9%를 납세해야 하는 조국을 떠나 34.9%만 내는 영국으로 집을 옮겼다고 전했다. 여론이 들끓자 그녀는 슬그머니 귀국했다.
▶미국 영화배우 니컬러스 케이지는 흥청망청 돈을 쓰다 2008년부터 국세청으로부터 세금 독촉에 시달렸다. 지난해 밀린 세금이 1400만달러로 불어나자 "왜 할리우드 스타들은 세금을 제때 안 내느냐"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케이지는 "빠른 시일 안에 완납하겠다"며 선처를 호소했고, 지난 연말 34만달러만 겨우 냈다.
▶우리 방송계에서 '국민 MC'로 불리는 강호동이 세금을 덜 냈다가 국세청으로부터 수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여배우 김아중도 이번에 비슷한 액수의 추징금을 내게 됐다. 국세청은 두 사람의 종합소득세 신고 내역을 분석한 뒤 탈세 의혹이 있다고 판단해 추징금을 매겼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람들 관심은 도대체 한 해에 얼마를 벌길래 추징금이 수억원이냐는 데 쏠려 있는 것 같다.
▶지상파 4개 프로그램에 나오는 강호동은 한 해 출연료만 20억~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전속 CF 출연 계약금이 5억원 안팎이고, 기업 행사 등에 나가 사회를 봐주는 출연료가 한 차례 2000만원쯤이라고 한다. 그가 대주주인 고깃집 프랜차이즈 수입까지 합치면 한 해 50억원쯤 벌 것이라는 게 연예계 추정이다. "혼자서 중소기업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도 남는다"는 말도 나온다.
▶강호동과 김아중은 공교롭게도 몇 해 전 일선 세무서에서 '명예민원봉사실장'을 맡기도 했다. 연예계 탈세는 주로 개인 지출을 경비로 꾸미거나, 방송 외 활동으로 얻은 소득을 신고하지 않는 식이라고 한다. '연예산업'이라는 단어가 나온 지 이미 오래됐다. 관련 시장과 기업 규모가 팽창하면서 탈세 여지는 갈수록 커간다. 강호동은 "이유와 과정이 어찌됐든 우려의 시선을 받은 점을 사과드린다"며 충실한 추징금 납부를 약속했다. 더 나아가 '국민 MC'다운 기부와 나눔에 눈길을 돌린다면 팬들의 실망을 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