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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일본 극우(極右)/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1. 8. 5. 09:30

사설·칼럼
만물상

[만물상] 일본 극우(極右)

일본 대형 서점의 중국·한국 코너에는 고바야시 요시노리의 만화책이 눈에 띄게 진열돼 있다. 이 만화가는 10여년 전부터 '전쟁론' 시리즈 같은 반한(反韓) 만화책을 계속 내고 있다.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군의 잔혹한 실상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일본 여론이 동요하면서부터다. 그는 "한국엔 장례 때 가짜로 우는 '곡(哭)'이라는 게 있다. 위안부의 눈물은 거짓 '곡'이니 속지 말라"고 선동한다.

▶후지오카 노부카쓰 전(前) 도쿄대 교수는 일본의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전후(戰後) 교육을 '자학(自虐) 교육'이라고 규정한다. 후지오카와 고바야시는 1997년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결성한 주축 인물이다. '새역모'는 일본 교과서에서 일제(日帝)의 대표적 범죄였던 위안부 문제와 난징대학살을 삭제하라고 요구해 왔다.

▶패전 후 몸을 사리던 일본 극우들은 50년대와 80년대에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려고 시도했었다. 그러나 고도성장을 누리던 시절이어서 사람들이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일본 경제가 주저앉을 기세를 보이기 시작한 90년대부터는 극우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국가주의'에 불을 지피자 젊은 층들이 호응하기 시작했다. 1차대전 후 불황 속에서 군국주의가 득세했듯 버블경제 붕괴는 일본 극우가 되살아나는 밑거름이 됐다.

▶울릉도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외치겠다던 일본 자민당 의원 3명이 어제 입국을 거부당하자 김포공항에서 9시간 농성을 하다 귀국했다. 일본 여론을 선동하는 효과를 올려보겠다는 계산이 보인다. 19세기 말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했던 사이고 다카모리는 자기를 조선에 사신으로 보내달라면서 "조선이 날 죽이면 이를 이유로 조선을 치면 된다"고 했었다.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시도가 일본 우익의 뿌리로 추앙받는 사이고의 전술을 본떴다는 말도 있다.

▶최근 한 일본 배우가 트위터로 "후지TV가 한류 프로그램을 너무 많이 내보낸다"고 비판했다. '인터넷 우익'을 자처한 세력들은 후지TV 시청거부 운동을 부추겼다. 그러자 유명한 뇌(腦) 과학자 모기 겐이치로가 "가짜 애국주의를 못 버리면 일본엔 희망이 없다"고 맞섰다. 오늘의 일본이 전전(戰前)의 군국주의 길로 나아갈지 광기(狂氣)어린 테러 이후 더 이성적으로 화합의 가치를 옹호해 세계의 존경을 받은 노르웨이의 길을 걸을지도 머지않아 판가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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