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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노인의 절규, 청년의 절망/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1. 7. 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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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노인의 절규, 청년의 절망

입력 : 2011.07.04 23:09

차학봉 도쿄 특파원

최근 일본에서 일본판 고려장(高麗葬)을 그린 '덴데라'라는 영화가 개봉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70살이 되면 부모를 눈 덮인 산에 버렸다는 가난한 마을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산에 버려진 노파(老婆)들이 힘을 모아 덴데라라는 마을을 만들어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야수의 습격에 맞서 살아남는다는 이야기이다. 노파들의 생존 본능을 자극한 것은 자신을 버린 가족과 마을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복수이다.

이 영화는 출연배우들도 노인이다. 한때 젊음과 미모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던 일본의 국민여배우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출연기회가 뜸했던 노배우들이 오랜만에 주연으로 다시 등장했다는 점도 화제다. 근본적으로 이 영화가 일본 사회에 큰 울림이 있는 것은 고령화사회 일본 노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메시지는 "힘없고 늙었다고 우리를 버리지 말라"는 절규이다.

일본은 고령화가 본격화하면서 죽은 지 며칠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고독사(孤獨死)가 연간 1만5000건이 넘고, 죽어도 시신을 인수할 사람이 없는 무연사(無緣死)가 연간 3만2000건이 넘는다. 지난해에는 자식이 부모의 연금을 계속 받기 위해 부모의 시신을 백골(白骨)이 될 때까지 골방에 방치한 사건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장수(長壽)대국' '노인복지대국'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러나면서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울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일본 정부가 노인복지비를 축소하려고 하자, 노인들은 "우리를 버리지 말라"는 목소리를 더 높이고 있다. 일본은 국가부채가 1000조엔에 육박하고, 저출산으로 세금을 낼 젊은 사람들이 급감하면서 노인복지비조차 줄이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이다. 1970년 연금제도를 설계할 당시 현역세대 42명이 1명의 노인을 책임지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현역세대 2.47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한다. 현행 제도라면 젊은 세대는 자신이 낸 돈보다 4억원을 손해보지만, 노인세대는 6억원의 이익을 본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투표하는 기성세대의 발언권으로 노인층에 대한 대책이 청년층 대책보다 우선하는 등 '세대 간 정책격차'는 심화하고 있다. 그 결과 젊은이들의 절망은 더 깊어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20년 불황으로 인해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일 정도로 취업빙하기(氷河期)를 겪고 있다. 이들은 살기가 어렵다 보니 결혼과 출산도 기피한다. 어쩌면 젊은이들의 절망이 저출산·고령화의 악순환을 심화시키고 노인복지 재원을 파탄나게 만드는 근본원인일 수도 있다.

복지비 분담을 둘러싼 세대 간 대타협이 없다면 일본은 파산을 향해 달리는 폭주기관차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일본보다도 더 빠르게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도 똑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젊은 세대를 위한 '반값 등록금'과 같은 당장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해 각종 제도를 서둘러 정비하지 않는다면 청년층의 미래는 절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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