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서’ 꿈꾸지 않으면 몽상일 뿐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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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47)의 어릴 적 꿈은 카우보이나 우주비행사였습니다. 그 꿈은 어쩌면 당연했습니다.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의 광활한 초원 지대에서 자란 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카우보이를 꿈꿨습니다. 게다가 유년기에 인류의 달 착륙을 경험한 이라면 우주비행사가 되는 일을 상상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베조스는 유년기의 꿈을 접어둔 채, 모범생의 길을 걸었습니다. 명문대인 프린스턴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해, 우등생으로 졸업했습니다. 그 이후의 진로도 남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이름난 직장에서 고액 연봉을 받으며 착실히 일했습니다. 그가 서른 살이 되던 1994년 신문기사 하나를 읽지 않았더라면, 그는 계속해서 그런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그 기사는 인터넷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당시 막 뿌리를 내리던 인터넷의 사용자가 매년 2천3백%나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그 기사를 읽고 베조스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세상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자신만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그는 인터넷을 통한 상품 판매, 즉 전자상거래의 미래에 대해 확신하게 됐습니다. 주력 상품으로 무엇을 할지도 결론 내렸습니다. 매년 엄청나게 많이 쏟아지지만, 구하기는 쉽지 않으면서, 가장 표준화된 형태의 상품. 바로 책이었습니다. 베조스는 이듬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그 회사가 바로 오늘날 세계 최대의 온라인 유통업체로 성장한 아마존닷컴입니다. 처음 그 회사는 베조스의 집 차고였습니다. 회사 설립 비용도 부족해서 친인척과 친구들에게 손을 벌려야 했습니다. 당연히 주변에서는 미친 짓이라며 만류했습니다. 같이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없었습니다. 주변의 반대와 종업원들의 냉소에 부딪힐 때마다 베조스는 자기 확신에 차서 이렇게 답하곤 했습니다. “우리가 감히 바랐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뭔가를 시작한 게 확실합니다.” 초창기의 사업 전략 역시 전문가들로부터 황당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는 처음 인터넷을 통해 주문받을 책으로 1백10만권을 준비했습니다. 서적 판매 전문가들은 30만권이면 충분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베조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아마존닷컴에 들어가면 어떤 책이든 구할 수 있다는 신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러자면 웬만한 대형 서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희귀 서적들을 많이 구비해둬야 했습니다.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전문가의 조언보다 베조스의 판단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첫날부터 주문이 밀려들어 오는가하면, 희귀한 서적도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고객이 아마존닷컴을 이용하는 최대의 이유로 꼽혔기 때문입니다. 아마존닷컴 제프 베조스의 성공을 설명하는 틀은 많습니다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초점을 미래에 맞춰 꿈꿨다는 점입니다. 전자상거래라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자기 확신이 있었기에 그는 많은 위험을 무릅쓸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자신의 확신을 ‘지금, 바로 여기서’(here and now) 시작할 수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어릴 적 꿈인 카우보이나 우주비행사에 대해 막연한 동경으로 현실을 낭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 전자상거래의 미래를 위해 바로 직장을 그만두고 뛰어들었기에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이죠. 주변의 직장생활 초년병들을 지켜보다보면, 안타깝게도 ‘지금, 바로 여기서’의 법칙을 모르는 것 같다. 어렵사리 입사한 회사가 규모가 작거나 지금의 자리가 못마땅한 경우, 얼굴에 ‘나 이런데서 이런 일 할 사람 아닌데’라는 표정을 짓고 업무에 임한다. 그러다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취업준비생의 처지로 돌아간다. 더 번듯한 일을 찾아서. 각자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는 것이기에 누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왠지 그런 이들을 보고 있으면 개운치 않은 부분이 있다.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신이 있는지, 그 꿈을 위해 지금, 여기서 도전할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해 우려가 생기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진짜 꿈은 보지 못하고 몽상을 자신의 꿈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해서다. 꿈과 몽상에 대해서도 구분해둘 필요가 있다. 꿈은 베조스의 예처럼, 자기 확신에 차서 지금, 여기서 도전하는 것이다. 반면 몽상에는 자기 확신이 따르지 않는다. 당장 도전할 대상도 아니다. 그저 ‘저 멀리,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동경의 대상이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우리에게, 늘 꿈꾸라고 말한다. 그것은 몽상으로 소중한 시간과 기회를 놓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20대의 중반을 넘어서면 몽상은 접어야 한다. 오히려 꿈에 매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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