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Free Opinion

[넷향기] 박영택 교수의 "추상과 구상이 공존하는 이정웅"

鶴山 徐 仁 2011. 5. 25. 13:28

추상과 구상이 공존하는 이정웅
박영택

종이에 먹물이 튕겨져 있고 번져져 있다.
아마 작가가 즉흥적인 추상이라던지 퍼포먼스 같은 먹으로 이용한 행위를 하다 순간 멈춰서 사진으로 찍은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그림이다.
이정웅이라고 하는 작가가 그린 이 그림은 유화물감으로 이루어진 그림이다.
먹이 튕겨져 있고 번져져 있고 그위에 붓이 놓여져 있는 순간을 그린 그림이니까 이건 그림을 그린 그림이라고 말해 볼수 있다.
바탕에 떨여져 있는 먹물들은 추상미술이다.
외부를 연상하지 않고 순수하게 그림을 이루는 조건들을 그대로 들어내고 있다.
검은 물감은 무엇을 표현하거나 지시하기 위해 나온것이 아니라 자신의 물질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붓을 머금은 먹물이 바닥에 탁 튕겨져서 멈춘 흔적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 그림은 우리에게 어떤 시간이 정지되어 있거나 응고되어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위에 놓여있는 붓은 귀신 같은 솜씨로 똑같이 그린 그림이다. 그림을 잘그리는 작가는 많지만 이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리는 작가를 찾기는 쉽지 않다. 붓의 털, 붓의 몸통, 빛을 받은 부위들까지 너무 견고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진 뛰어난 회화였다.
이 그림은 추상과 구상이 공존하고 있다.
바닥에 검은 먹이 튕겨진 자취는 추상이고 그 위에 붓을 그린 그림은 극사실적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현대에 들어와서 구상과 추상이 대개국면에 가깝게 된다.
구상을 하는 작가들은 추상을 무시하는 것 같지만 그게 현대미술의 하나라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고 추상을 하는 작가들은 뿌리없는 것을 하고 있는 즉 서양에서 일방적으로 들어온 것을 추종하는 두려움을 안고 전통과 연계시키려고 하고 구상작가들은 현대성에서 뒤쳐져서 현대성을 감미하며 구상을 끌어안으려고 하고 이 두개의 관계들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이정웅이라는 작가는 극사실을 너무 사실적으로 그리는 작가인데 구상회화가 갖고 있는 소재주의내지는 솜씨만을 보여주는 기량주의에 함몰될것을 두려워해서 서양의 추상미술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탕에 먹물이 튀고 번진 흔적들을 끌여들여서 추상을 감싸안고 그위에 다시 극사실적인 것들을 결합시켜서 구상과 추상을 공존시키고 있다. 더군다나 전통적인 조선시대의 선비문화, 사대부문화, 모필문화, 유교적인 이념속의 사대부들의 미의식과 미감을 보여주는 머필과 목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전통성까지 결부시키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구상과 추상을 화해시키고 전통이라는 코드를 결합시켜서 세가지 삼박자속에서 어떤 그림을 그려나가고자 했었던 다분히 전력적인 그림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이 재밌고 흥미롭지만 한편으로는 이 그림은 어떻게 보면 동시대의 한국 작가들이 겪는 딜레마를 그대로 노출시켜버린 흥미로운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