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컨설턴트 리처드 벤슨은 미국의 전통적 사회계층을 '상류층, 전문직 중상층, 중산층, 중하층(워킹푸어·working poor), 하층'으로 나누고 제6의 계층 '하우스 푸어'를 새로 덧붙였다. 부동산사전은 이 신조어를 '지불 능력으로 감당 못하는 집을 산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당시 언론은 은행 빚을 갚지 못해 쫓겨난 가족들이 공원에 텐트를 치고 사는 모습을 르포 기사로 다루었다.
▶지난해 한국서도 '하우스 푸어'라는 책이 나왔다. 부제(副題)가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저자는 2010년 서울의 대단지 아파트를 예로 들어 '하우스 푸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했다. 112㎡(34평)와 102㎡(31평) 아파트 값은 2006년보다 3억원 안팎 떨어졌다. 그런데도 매매가 대비 평균 근저당 설정액 비율은 33.4%였고, 대부분 전·월세를 끼고 있었다. 아파트 매입자의 70%가 빚을 지고 있고, 가구당 평균 부채가 3억원을 웃돌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 '2010년 가계금융조사'를 토대로 하우스 푸어가 156만9000가구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200만가구 가까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우스 푸어들은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 중에서 은행빚 갚는 데 들어가는 돈이 평균 41.6%에 이르렀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수도권에 아파트를 가진 30~40대이고 대졸 이상이다. 이들이 지난달 분당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국회의원에 당선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더 큰 걱정은 이들의 빚 부담이 늘고 있는 점이다. 하우스 푸어 중에 38%는 지난 1년 새 부채가 증가했다. 올해 빚이 늘어날 가구도 19%나 된다. 책 '패밀리 파이낸스'를 쓴 엘리자베스 르윈은 이렇게 충고했다. "많은 부부가 은행빚 때문에 이혼하고 있다. 집이 모든 것을 삼키게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