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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하우스 푸어'/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1. 5. 25. 13:19
사설·칼럼
만물상

[만물상] '하우스 푸어'

입력 : 2011.05.23 23:28

2008년 미국에선 '하우스 푸어(House Poor)'라는 TV 웹 시리즈가 인기를 모았다. 민디라는 배우 겸 여주인공은 새로 산 집에 모든 것을 걸었다. 가상(假想) 임신까지 한 민디는 고급 가구회사 크레이트앤배럴에서 세간살림을 들여오고, Z갤러리에서 아기용품을 장만한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환, 재산세, 주택관리비는 아랑곳없이 새집에 걸맞은 삶을 살기 위해 지출을 늘린다. 수입은 큰 변동이 없다. 그 3~4년 전부터 등장한 '하우스 푸어' 문제가 공감을 불렀다.

▶금융컨설턴트 리처드 벤슨은 미국의 전통적 사회계층을 '상류층, 전문직 중상층, 중산층, 중하층(워킹푸어·working poor), 하층'으로 나누고 제6의 계층 '하우스 푸어'를 새로 덧붙였다. 부동산사전은 이 신조어를 '지불 능력으로 감당 못하는 집을 산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당시 언론은 은행 빚을 갚지 못해 쫓겨난 가족들이 공원에 텐트를 치고 사는 모습을 르포 기사로 다루었다.


▶지난해 한국서도 '하우스 푸어'라는 책이 나왔다. 부제(副題)가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저자는 2010년 서울의 대단지 아파트를 예로 들어 '하우스 푸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했다. 112㎡(34평)와 102㎡(31평) 아파트 값은 2006년보다 3억원 안팎 떨어졌다. 그런데도 매매가 대비 평균 근저당 설정액 비율은 33.4%였고, 대부분 전·월세를 끼고 있었다. 아파트 매입자의 70%가 빚을 지고 있고, 가구당 평균 부채가 3억원을 웃돌았다.

현대경제연구원통계청 '2010년 가계금융조사'를 토대로 하우스 푸어가 156만9000가구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200만가구 가까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우스 푸어들은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 중에서 은행빚 갚는 데 들어가는 돈이 평균 41.6%에 이르렀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수도권에 아파트를 가진 30~40대이고 대졸 이상이다. 이들이 지난달 분당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국회의원에 당선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더 큰 걱정은 이들의 빚 부담이 늘고 있는 점이다. 하우스 푸어 중에 38%는 지난 1년 새 부채가 증가했다. 올해 빚이 늘어날 가구도 19%나 된다. 책 '패밀리 파이낸스'를 쓴 엘리자베스 르윈은 이렇게 충고했다. "많은 부부가 은행빚 때문에 이혼하고 있다. 집이 모든 것을 삼키게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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