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애호가면서도 와인에 대한 불만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 체질이 특이해서 그런지, 와인만 마시면 머리가 깨질 정도로 아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와인을 그렇게 좋아했으면서도 세 잔 이상 마시기를 꺼렸습니다.
와인에 대해서 공부를 하면서, 그 주범이 이산화황(SO₂)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산화황은 일종의 독성 물질로, 폐를 포함한 인체에 치명적입니다.
물론 극소량이 쓰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와인병에는 이산화황의 존재가 선명히 드러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와인업계는 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 이산화황을 쓸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발효주의 공통적인 고민이기는 합니다만, 발효 과정을 관리하기 위해서입니다.
과일 발효주의 경우는 특히 이 부분이 까다롭습니다. 보통 발효 과정은 효모가 과일의 단 성분을 먹어치우면서 진행됩니다. 그런데 이 때 효모뿐만 아니라 잡균들도 들러붙습니다.
효모만 먹을 수 있도록 방부 처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거죠. 그래서 이산화황을 쓰는 겁니다.
막걸리도 발효 과정에서 잡균의 번식을 막아야 합니다.
과거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안 썼던 탓에 지금도 막걸리라면 뒷골이 아픈 술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습니다.
그런데 막걸리는 와인처럼 이산화황이라는 독성물질을 쓰지 않아도 잡균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바로 누룩 때문입니다.
우리의 전통 발효 물질인 누룩에는 천연산이 풍부해 잡균의 번식을 막는 데 효과적입니다.
이것만으로도 부족할 때는 젖산을 사용합니다.
젖산은 인체에서도 생성되는 것으로, 무해한 물질입니다. 대신 인공 물질에 비해 비싼 편입니다.
와인이 막걸리보다 나은 과학적인 이유는 수십 가지가 될지도 모릅니다.
아직 한창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막걸리의 처지를 생각하면 이는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막걸리가 와인보다 빼어난 과학적 이유도 분명히 있습니다. 막걸리를 더 사랑해가면서 더 많은 과학적 근거들을 찾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