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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대만 '한류 억제' 법안

鶴山 徐 仁 2011. 1. 14. 10:40

 

사설·칼럼
만물상

[만물상] 대만 '한류 억제' 법안

입력 : 2011.01.12 23:29 / 수정 : 2011.01.13 13:12

미국 시사주간 타임 기자가 몇 년 전 몽골 고비사막을 취재하다 모래밭에 차가 빠졌다. 그는 한참 떨어진 천막집 게르를 찾아가 자동차 빼내는 걸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집주인은 "TV로 '대장금'을 보고 있으니 30분 뒤 끝나면 나가겠다"고 했다. '대장금'은 2007년 이란에서 시청률 90%를 기록했다. 2년 전 튀니지에 갔을 땐 길에서 젊은이들이 "한국 '대장금' 최고"라며 악수를 건네 오기도 했다.

인도 동북부 미얀마 접경 산악지대에 나가랜드주(州)가 있다. 콜카타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다시 지프로 정글을 두 시간 반 뚫고 가는 오지다. 여기서 2008년 '한국 뮤직페스티발'이 열렸다. 예선을 거친 9명이 1만 관중 앞에서 한국 가요를 열창했다. 한국 가수 일락이 무대에 서자 소녀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지구 반대편 칠레엔 동방신기·소녀시대를 비롯한 한국 아이돌그룹 팬클럽이 50개가 넘는다.

▶한류는 동아시아·동남아는 물론 중앙아시아·중동·중남미·동구까지 뻗어가고 있다. 그중에 대만은 한국과 가까우면서도 한류 진출이 늦은 편이었다. 대만 사람들은 일본 대중문화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2000년대 초 드라마 '불꽃'과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가 상륙했다. 한국이라면 전쟁 후 낙후된 이미지만 갖고 있던 대만 사람들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2003년 '대장금'이 전파를 타면서 한류의 불을 질렀다.

▶한류는 작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만 태권도 선수가 실격패한 뒤 온 나라가 반한감정으로 들썩이는데도 식지 않고 있다. 한국 드라마 전문 채널만 5개에 이른다. 이 중에 GTV· 둥썬(東森)·웨이라이(緯來)는 3대 드라마채널에 꼽힌다. 이 채널들은 대개 평일엔 한국 드라마를 종일 틀다 휴일엔 황금시간 말고는 대만 드라마를 내보낸다. '본국 제작 프로그램이 20%를 넘어야 한다'는 법 규정 때문이다.

▶대만 여·야 의원들이 '본국 프로그램 비율' 하한을 40%로 높이는 개정안을 그제 의회에 냈다. 정부 관계자들도 지지하고 있어 통과될 것 같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다. 법으로 한류를 막아 보려는 나라까지 생겼다니 우리 대중문화의 힘이 새삼 놀랍다. 이럴수록 몸을 낮추고, 한류 상품을 다양화하고, 품질을 높이고, 값에서 거품을 빼려고 애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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