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눈을 보기란 그리 쉽지는 않답니다. 겨울에 가끔 눈송이가 휘날리기도 하지만,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 난청을 부리곤 하지요.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쌓이기 시작하더니 세상을 온통 하얗게 덮어버렸습니다.
눈 덮힌 월지(안압지)
바로 옆 월성에도, 너무 추워서 얼릉 차로 ㅎㅎ
계림황엽으로 유명한 계림엔 낙엽 대신 눈이 쌓이고
도로가 스키장으로 변했지만, 사진쟁이들은 마냥 신이 나서 셧터를 눌러대고, 애덜 장남감 카메라 들고 다가서니, 아는 척도 안하더군요. ㅠ.ㅠ
거북이 걸음으로 조심조심 운전하여 기어간 삼릉도 온통 하얀 나라로...
경주 남산의 서록 삼릉의 소나무도 하얀 옷으로 갈아입었답니다.
남산 삼릉의 소나무 사진은 배병우 사진작가를 일약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사진작가로 올려 놓았죠. 이날도 몇 몇 사진쟁이들이 남산 소나무 숲을 서성이는 것이 눈에 띠었답니다.
세 분이 함께 사이좋게 누워계시니 심심하지는 않겠군요.
다리 건너 경애왕릉은 홀로 쓸쓸이 눈을 맞고...
그래서 경애왕릉을 독릉이라 부르는가 봅니다.
경애왕릉을 뒤로하고 간곳은 경애왕의 비운이 어린 포석정.
그 옛날 유상곡수를 즐겼다는 곳은 눈으로 소복히 쌓여있다.
포석정 사진을 찍고 돌아가는 순간, 뒤늦게 삼각대에 카메라 메고 온 사진쟁이들의 절규가 들린다.
"어떤 넘이 사방팔방 발자국 내고 돌아 당겼노 !!!!!!!!!" ㅎㅎ
한 밤에 본 봉황대의 모습.
곳곳엔 연인들의 꼭 껴안은 다정한 모습들이 보이고, 봉황대는 낮보다는 역시 밤이 더 환상적이죠. 내일은 아들 녀석이랑 빈 박스들고 가서 썰매나 타야지...^&^
다음날인 1월 4일 다시 사진기를 들고 나갔다.
눈 덮힌 동부사적지역.
눈 덮힌 양동마을이나 구경갈까 하다가 괘릉으로 향했다. 괘릉으로 들어가는 오솔길
드뎌 괘릉. 경주에 있는 신라 왕릉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괘릉을 관리하는 분이 삽으로 릉 앞까지 친절하게 길을 만들었다. 오늘같은 날은 안 만들어도 돼는데...
괘릉의 수호인석(무인상과 문인상을 지칭하는 말)
예전엔 무인상, 문인상으로 불렀지만 신라시대엔 문무의 구분이 없던 때 요즘은 수호인석이라 부른답니다. 괘릉의 무인상이 서역인 닮았다고 하는데, 사진을 보니 아닌거 같군요. 헤어스타일을 보면, 영국의 스킨헤드족 닮았습니다. 위에 사진보면 머리 반만 빡빡 밀었으니... 거기에 브레지어까지...ㅎㅎ
이날 필자는 신라사를 다시 써야할 정도의 대단한 발견을 했답니다. 괘릉엔 자주 가는 편이지만, 이번에 갔을 때, 무인석상에서 떨어져 파묻혀있던 유물을 발견했습니다. 손상된 무인석상의 일부분인데, 맞추어보니 딱 맞더군요.
그것이 먼가 하면, 바로 이거....ㅎㅎ 놀라지마삼..19禁
숭신전 참봉나리에게 걸렸다간 괘릉 옆에 배장묘 당할지도...ㅎㅎ
브레지어를 하고 있는 걸 보니 문인석은 여자군요. 헐..
갑자기 어디선가 떼거지로 몰려 온 사진쟁이 할배들..
차에서 내려 사진기 들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눈을 헤지며 뛰어오다가 수호인석을 보더니 갑자기 "오, 마이 갓"을 연발하며....
괘릉에 대한 설명은 신라왕릉순례편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간만에 눈으로 덮힌 경주의 모습.
어떠신지요? 멋지지 않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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