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어선 트집’까지 오만한 中… “원만 해결” 움츠린 韓

鶴山 徐 仁 2010. 12. 22. 20:28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부터 최근의 한반도 정세 긴장까지, 미국 따라가다간 손해만 본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한반도 문제대응하는 중국의 외교 행태가 오만에 가까운 모습으로 치닫고 있다. 서해상 자국어선 침몰사고에 대해 중국은 사건의 진실, 그리고 국제법과 외교적 관례까지 무시한 채 한국 정부에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22일에는 중국의 대표적 관영언론을 내세워 한·미 관계를 이간하고 한국 사회의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듯한 선전전까지 펴기 시작했다. 안하무인 격으로 쏟아지는 중국의 무례한 언동으로 인해 수교 18년을 맞은 한·중 관계가 위기 국면을 맞는 양상이다.

▲ 중국어선 퇴거 작전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이 한국 해경 경비함을 들이받고 침몰한 사건이 한·중 외교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1일 목포해경이 경비정과 헬기 등을 동원해 단속에 나서자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들이 달아나고 있다.
목포 연합뉴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2일 ‘일본과 한국은 미국에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라는 제목의 긴 글을 통해 “역사적으로 일본과 한국은 미국과 함께 길을 걸을 때 큰 손해를 봤다.”며 미국과의 결별을 촉구했다. 통신은 일본에 대해서는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한 플라자협정과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미시위, 한국에 대해서는 2008년의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최근의 한반도 정세 긴장 등을 상세하게 소개하며 자국 이익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한국과 일본에 큰 손해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가 하면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한국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북한이 대응하지 않은 데 대해 “세계인에게 북한의 절제를 보여 줬다. 박수를 보낸다.”고 치켜세우고는 “남한은 자신들이 도발자의 지위에 오르게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라며 한국의 자위권 강화 노력을 또 다른 도발로 간주하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앞서 지난 21일 중국 외교부 장위(姜瑜)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서해상 자국어선 침몰사고와 관련, 우리 측에 피해 배상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사건 초기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등 성의를 다해 사건 경위를 설명한 우리 측으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중국 어선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거론하지 않은 채 공식 성명도 아닌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피해자인 우리 측에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것은 외교적 관례에서 크게 벗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일본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에서 ‘힘의 외교’를 통해 승리를 거둔 중국이 한반도 긴장 정세 속에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한국을 상대로 ‘다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제력을 앞세워 사건의 본질을 뒤집고, 한발 더 나아가 섣불리 중국에 대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신상진 광운대 국제협력학부 교수는 “‘한국이 이런 식으로 계속 나오면 우리도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중국 어선 침몰 사고에 대한 장위 대변인의 대응은 안보 갈등의 연장선이라기보다 새로운 경제갈등으로 봐야 한다.”면서 “사실관계에 바탕을 둔 엄정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서울 강국진기자

stinger@seoul.co.kr

2010-12-23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