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속 이인재 시장… 北 포격 규탄 등 소신행보 "안보에는 與野 따로 없어"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민주당 소속 이인재(50) 경기도 파주시장의 소신 있는 '우파적' 언행이 눈길을 끌고 있다. 안보문제에 관해선 당론을 거스르거나 비판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진보 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이 '보수 꼴통'이라 비난해도 그는 "내 정체성은 '보수 꼴통 좌파'"라 반박하며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소속이어서 스스로 '좌파'라는 단어를 붙였지만 안보에 대한 신념만큼은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주변에선 보고 있다.
- ▲ 지난달 26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연평도 무력도발 규탄대회’에서 이인재 파주시장이 파주지역 재향군인회·해병대전우회 회원 등 300여명과 함께 “북한의 무력도발을 즉각 응징, 보복하라”고 외치고 있다. /파주시 제공
이 시장은 지난달 26일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파주장단콩축제' 개막식에 앞서 '연평도 무력 도발 규탄대회'를 열었다. 그는 재향군인회, 해병대전우회 회원 등 3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결연해야 할 때 결연하게 행동할 수 있는 국가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대포를 쏘는 북한만 적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도 적이 있다"며 "종북(從北)주의자들 술책이 통하지 않도록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 했다.
이 시장은 민주당과 송영길 인천시장에 대해서도 "이미 목에 칼을 맞았는데 6자회담 운운하는 것은 안 된다"며 "안보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이런 언행은 공무원 출신으로 정치적 색채가 옅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 해석이다. 행정고시 26회 출신으로 내무부 공무원, 고양 일산구청장, 경기도 문화관광국 국장, 파주시 부시장 등을 지내며 사안별로 '정치색을 배제한'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훈련이 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가 이번 6·2지방선거에서 파주시장에 당선될 때 민주당 도움을 별로 받지 않았다는 점도 소신 있게 행동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파주시장 후보로 전략 공천되긴 했지만, 민주당 출신 시장이 한 번도 배출되지 못한 접경지역이라 민주당이 사실상 기대를 접은 곳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방선거 당시 오히려 "나는 민주당이 아니라 파주당 후보"라 외치고 다녔다.
접경지역 파주는 보수 우파적 분위기가 강한 점을 이 시장이 의식해 이런 언행을 한다는 평도 있다. 야당이나 시민단체 세력이 약한 파주에서 한나라당 소속 류화선 전 시장과 황진하 국회의원의 갈등 덕에 어부지리로 시장에 당선된 사실을 인정하고, 시민 지지를 얻고 재선하기 위해선 보수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 시장은 요즘 임진각에 백선엽 장군과 참전용사들의 선양비 건립을 두고 종북주의자 등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는 6·25전쟁 당시 1사단장이었던 백 장군과 참전용사들이 북한군에 맞서 파주지역을 지킨 것을 기리기 위해 선양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예산 2억원 등 3억원을 들여 가로 16.2m, 세로 8.85m, 높이 4.35m 크기로 내년 3월 임진각 '평화의 종' 옆에 세울 계획이다. 이 사업도 한나라당 소속 김문수 경기지사와 의기투합해 추진하는 일이다.
이 시장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시의회 의장, 파주시 재향군인회장 및 해병대전우회장과 함께 인천 옹진군청을 방문해 파주시 직원들이 모은 성금 10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