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北 연평도 공격 이후] “그래도 연평도는 축복받은 땅”

鶴山 徐 仁 2010. 12. 6. 17:36
지난해 꽃게 2958t 잡혀 211억원 수익

북한군의 무차별 포격으로 폐허가 된 연평도. 연평도 주민들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꽃게 걱정을 먼저 한다. 이들이 꽃게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 조업 준비
조업 재개 허가가 난 지 이틀째인 5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의 한 어민이 북한 도발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쳐놓은 그물망을 확인하기 위해 배를 몰고 소연평도로 향하고 있다.
연평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연평도는 서해 섬 가운데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풍요로운 섬이었다. 군밤타령에 ‘연평바다에 얼싸 돈 바람 분다.’는 구절이 나올 정도로 주민들은 부(富)를 누렸다. ‘돈 바람’의 시발은 다름 아닌 조기였다. 연평도 조기 파시(波市)는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하다.

조기가 잡히는 4~5월이면 연평도 바다는 전국에서 3000여척의 어선이 몰려들어 일대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급수시설이 없는 어선에 물을 파는 아낙네들의 행렬로 동네 우물이 마를 정도였다. 200여개의 상점과 술집은 늘 북적거렸다.

그렇지만 1969년부터 조기 씨가 말랐다. 회유(回游) 경로가 바뀌었다는 설이 있었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후 주민들은 김 양식, 해파리 잡이 등으로 그런대로 번성을 이어 갔다.

하지만 연평 주민들의 풍요로운 생활을 다시 이어준 효자는 꽃게였다. 1980년대 들어서 꽃게가 국민 밥상에서 인기를 끌면서 품질 좋은 연평도 꽃게가 ‘대박’이 났다. 전에는 주민들이 발에 채어도 거들떠보지 않던 꽃게였다. 지난해 연평도에서는 2958t의 꽃게가 잡혀 211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중국 어선·북한 어선들과 ‘꽃게잡이 전쟁’을 벌이면서까지 주민들이 꽃게에 목숨을 거는 이유다.

그런데 올해는 꽃게 상당 부분을 놓치고 말았다. 꽃게잡이철에 울린 북한의 포격으로 주민들은 막바지 꽃게농사를 망쳤다. 다시 조업에 나섰지만 어구가 망가진 데다, 선원들도 연평도를 찾는 것을 꺼리고 있다.

그렇지만 주민들은 섬의 풍요가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아직 꽃게 자원이 풍부한 데다, 국민들로부터 쏟아지는 온정이 이들의 재활 의지를 북돋우고 있다. ‘연평도는 축복받은 땅’이라는 믿음은 황폐 속에서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2010-12-06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