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학생 107명 백화점 데려가 옷·신발 20만원어치씩 선물
송 인천시장 트위터에 자신이 사준 듯이 글 올려
학생들 "시장님 너무 고마워"
5000만원 기부한 이상달씨 "왜 백화점서… 조금 씁쓸"
송 시장 "어떤 돈인지 몰랐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기부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마치 자신이 연평도 학생들에게 옷가지를 사준 것처럼 기부금을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성금 유용 비리로 기부 민심이 흉흉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장이 기부자를 알리지도 않고 선심 쓰듯 기부금을 쓴 것은 지나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1일 오전 인천광역시 서구 당하동의 인천영어마을에는 지난달 29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영어캠프에 참가 중인 연평도 학생들이 저마다 새 점퍼와 운동화를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차진혁(13)군은 "어제 7만원짜리 운동화를 (송영길) 인천시장님이 사주셨다"고 자랑했다. 추영한(13)군은 "11만원짜리 운동화와 두꺼운 점퍼를 사주신 시장님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연평도 학생 107명은 30일 오후 관광버스 3대에 나눠타고 인천시내 신세계백화점에 가서 점퍼, 바지, 운동화 등 1인당 20만원어치 쇼핑을 했다. 이날 오전 영어마을을 찾은 송영길 인천시장이 학생들에게 옷과 신발 등의 의류를 무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하고 같이 사진까지 찍은 뒤였다. 영어마을 관계자는 "학생들이 옷과 신발을 사준다는 말에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쳤다"며 "시 예산에서 지원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운동화와 점퍼는 외과 전문의 이상달(46)씨가 옹진군청에 5000만원을 기부하면서 사주게 된 것이다. 이씨는 "20년 전 연평도에서 공중보건의로 있을 때 알고 지냈던 주민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찜질방에서 고생하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지난달 29일 기부 의사를 밝혔다.
연평도에서 화염에 그을린 소주병을 보고 "이거 진짜 폭탄주네"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던 송 시장은 지난달 30일 트위터에 4일 만에 글을 올렸다. '영어마을에 들러 연평학생 106명을 격려했습니다. 씩씩하게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오후에 백화점으로 데리고 가 옷과 신발을 사줄 계획입니다.'
인천시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인천시는 연평도 초·중·고교생 107명에게 개인별 취향을 반영하여 3종(점퍼, 바지, 운동화)의 의류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에는 '인천시가 연평도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의류를 지원했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던 이씨에게 1일 오전 옹진군청으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이 왔다. 신세계 백화점의 계좌번호가 적힌 이메일에는 학생들의 의복 구입 대금 2800만원을 입금해 달라고 써 있었다. 기부 의사를 밝혔을 때 연평주민비상대책위원회에서 직접 이씨에게 필요한 물품을 정리해 보내온 1492만원어치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이었다. 나머지 2200만원을 기부하기 위해 1일 오후 옹진군청을 찾은 이씨는 "할인마트에서 샀으면 더 많은 물품들이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 왜 비싼 백화점에 갔는지 모르겠다"며 "누가 준 것으로 하든 어차피 아이들에게 쓰였으니까 상관은 없지만 조금은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청은 1일 "옹진군청 예산으로 의복을 사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가 "확인해보니 개인 독지가가 기부를 한 것이 맞다. 옹진군청과 혼선이 있었다"고 서둘러 해명했다. 이어 옹진군청은 1일 오후 늦게 이씨가 2200만원과 2800만원 상당의 의복을 기부했다는 보도자료를 급히 냈다. 또 송영길 시장은 "(인천)시가 기획을 하면 옹진군청이 집행을 하는데, 기부금이 쓰였다는 건 나도 전혀 몰랐다"며 "당연히 시에서 할 거였는데 이상한 상황이 됐다. 돈 3000만원 가지고 생색내려 한 건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