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와 통일' 위한 정치개혁운동
<경기일보 시론 11. 9. 게재>
이 영 해 한양대 교수, (사)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
오늘날의 시대적 정신과 목표는 ‘선진화와 통일’이다. 지난 세기 독립의 실패가 근대화의 실패로 이어졌듯 통일이 실패하면 선진화도 실패하게 된다. ‘김정일 이후’ 반드시 통일에 성공해 신동북아 평화 공존의 시대를 열어야 한반도 선진화도 성공한다.
건국의 시대, 산업화, 민주화 시대에는 각각 그 시대의 과제에 대한 역사적 주체세력이 있었다. 이들 주체세력들은 시대적 의식을 가진 정치세력, 정책세력, 시민사회세력, 그리고 이들을 엮어내는 지도자들이다. 그러나 선진화와 통일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정치세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우선 진보적 정치세력은 20세기적 좌파로서 사회주의를 이상으로 보고 사고나 행동을 하는 구시대 좌파와의 관계를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 실패한 역사를 반복하려는 것은 지극히 유해하다. ‘평등과 균형’, ‘나눔과 인권’ 등은 대단히 중요한 가치이지만 그 실현 방식이 사회주의적이어서는 실패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포퓰리즘 극복하고 가치·원칙 존중
또한 진보는 20세기형 사회민주주의 즉 20세기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을 버리고 글로벌화를 거부하지 않는 21세기형 사민주의의 모델을 개발하고 제시해야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진보‘가 될 것이다. 영국 노동당이 추구하는 제3의 길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발전단계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현실에 맞는 사민주의 모델을 개발해 제시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진보가 갈 길이다.
보수적 정치세력은 현실에 안주하는 과거 세력이 아닌 나라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열어줄 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20세기적 낡은 사고와 습관, 기득권에의 안주 등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전통, 자유, 시장, 법치 등의 보수 본래의 가치를 몸으로 던져 실천하는 개혁적 보수, 전투적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까지 이익 지향의 보수는 많았지만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위해 몸을 던지는 가치 지향의 보수는 적었다.
합리적 진보·개혁적 보수 거듭나야
또한 보수는 따뜻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발전시키고 재창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웃과 나누고 역사를 소중히 하고 자연생태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따뜻하고 덕이 있는 자유주의자가 돼야 한다. 개인과 기업을 위한 정책만이 아니라 사회, 역사, 자연, 환경 공동체의 발전정책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여당과 야당이 선진통일세력이 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공통의 병은 포퓰리즘이다. 이는 대중의 단기적 인기에 영합하고 편승해 국가이익을 저버리고 정파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위다. 포퓰리즘이 존재하는 한 시대의 목표인 선진화와 통일을 위해 요구되는 올바른 제도와 정책을 개혁할 수 없다. 포퓰리즘을 극복하고 가치와 원칙을 존중하는 리더십이 형성돼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진행돼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로 거듭나 여야 정당 모두가 제대로 된 세계관을 갖춘 효율적 국가경영을 생각하는 이념과 가치정당, 비전과 정책정당으로 태어나야 한다. 더 이상 이익정당이나 지역정당이 아니어야 한다. 더 이상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를 중심으로 한 개인정당이 아니어야 한다. 그동안에 지역주의를 통해 정권을 잡았지만 앞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해야 한다. 정치세력 간의 연대는 오로지 비전과 정책연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선거는 비전과 정책이 경쟁하는 장이 되고, 정치는 보수와 진보가 서로 선진화와 통일을 위해 어느 비전과 정책이 보다 효과적인가를 경쟁하게 되는 생산적, 국민통합적 장이 돼야 한다. 진정한 협력 속에서 선의의 경쟁이 가능해 ‘원칙 없는 야합’과 ‘죽기 살기식의 투쟁’이 없어져야 하며, 국가적 위기가 발생하면 ‘협치’가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세력들은 선진화와 통일의 중추 세력이 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정치개혁운동이 활발히 일어나야 할 시점이다.(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