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네 살 나이에 북한을 탈출해 생애의 마지막 13년 동안 북한 민주화운동에 온몸을 불사르다 세상을 떠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 황씨가 대한민국이 신봉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지지자였을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황씨가 생전에 밝힌 소신과 남긴 저술, 행동을 보면 그는 인민을 굶주려 죽게 만들고, 인민의 인권을 무참하게 짓밟아 전 국토에 수용소를 건설하고, 할아버지에서 아들과 손자로 권력을 세습하는 김씨(金氏) 일가의 독재체제에 반대하며, 그 치하(治下)에서 북한 동포를 구출하려던 인물이었다는 게 정확할 듯하다.
황씨는 지난 4일 대한민국건국기념사업회가 만드는 신문에 보낸 글에서 "수백만 북한 주민들을 굶겨 죽이고 인민을 노예로 만들어 나라를 도둑질한 김정일이 그 도적 자리를 3대째 물려주기 위해 철부지(김정은)에게 대장 감투를 씌워놓았다"고 했다. 그는 "죽은 민족반역자들에 대해선 후손까지 내력을 캐는 사람들이 어째서 산 반역자(김정일)의 이런 민족반역 행위는 보고도 못 본 척하느냐"고 썼다. 황씨는 "김정일과 타협하는 것이 나라를 위한 길이라고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고도 했다.
황씨의 정치적 유언(遺言)이라 할 이 마지막 원고는 그가 반대하고 비판하고 염려한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정치의 세계에선 무엇을 주창(主唱)하고 지지했는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황씨처럼 무엇을 반대하고 비판했는가에 의해 그 사람의 본질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 야당의 상당수, 진보의 대부분은 정치적으로 정체불명(正體不明)의 인간들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그것은 (북한이) 자기네 상식대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남북 갈등을 막기 위해 (세습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는 게 나와 민노당의 선택"이라고 했다. 민노당 부설 '새세상연구소'는 "3대 세습으로 남측 사회의 마음은 불편하지만 불편하다는 것이 그릇된 것으로 직결(直結)돼선 곤란하다"고 했다. 미국 쇠고기 파동 때 반미(反美) 논객으로 떠오른 한 수의학(獸醫學) 전공 교수는 "북에는 김씨 일가, 남에는 강대국에 붙어 친일과 친미를 외치며 호의호식해 온 자들의 권력과 자본의 세습이 이뤄진다"는 주장을 폈다.
좌파나 진보는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빼앗을 수도 넘겨줄 수도 없는 인간의 기본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는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좌파와 진보는 표현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양심의 자유 같은 기본권은커녕 인권 중의 인권인 목숨을 보장받고 존중받을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는 북한 체제 앞에서 입을 닫고 있다. 대한민국 좌파와 진보의 침묵은 반대해야 할 것을 반대하지 않고 비판해야 할 것을 비판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이 입으로 말해 온 인권과 자유의 주장 자체가 거짓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의 사설]
[사설] 北에 3대세습 반대하는 이가 어디 김정남뿐이겠나
[사설] 고용전략 2020, 자잘한 정책으론 일자리 해결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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鶴山 ;
우리나라 정당들의 색깔이 이번 황장엽씨의 죽음으로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슴을 알 수 있어서, 다시 한 번 그들의 정체를 아무런 법적인 제재도 받지 않은 채 공적으로 스스로 들어낼 수 있는 우리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국민들에게 일깨워주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위 우리나라의 좌파와 진보세력들이 어떤 성향들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고, 그들이 조장하는 우리사회의 이념갈등으로 그들의 선전선동에 의해 그들이 바라는 데로 국력을 낭비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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