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2년 프랑스 광산기술자 알베르 파비에르가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말이 끄는 수레들이 다닐 수 있는 해저(海底) 터널을 만들자는 계획을 내놓았다. 말을 교대시키기 위해 터널 중간에 인공 섬을 만들고, 굴뚝을 바다 위로 뽑아 환기시키겠다는 구체적 내용을 담았다. 이후로도 해저터널 논의는 이어졌지만 기술과 비용 문제, 정치적 이해관계에 발목을 잡히곤 했다.
▶1990년 10월 영국 포크스턴과 프랑스 칼레를 연결하는 길이 48㎞ 해저터널이 3년여 공사 끝에 뚫렸다. 1994년 5월엔 이 해저터널을 지나는 특급열차 '유로 스타'가 개통됐다. 영국 워털루역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을 태운 기차가 시속 300㎞로 달려 3시간 만에 파리에 도착했다. 영국 신문들은 "말고기를 먹는 나라와 연결됐다"며 떨떠름한 반응이었다.
▶해저터널이 있는 나라는 노르웨이를 비롯해 10여 개밖에 안 된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은 일본 혼슈의 아오모리와 북쪽 홋카이도의 하코다테를 연결하는 세이칸(�Z函) 해저터널로 53.85㎞나 된다. 1954년 태풍으로 쓰가루 해협에서 선박 5척이 침몰해 1430명이 사망하자 안전한 통행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뚫었다. 지진이 발생해도 터널 주변 암석과 흙이 충격을 흡수하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부산과 거제를 연결하는 거가대교 해저 침매(沈埋)터널 연결식이 그제 열렸다. 미리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을 가라앉혀(沈) 묻는(埋) 방식을 써서 가덕도~대죽도 사이 3.7㎞ 구간을 터널로 연결했다. 통영 안정제작장에서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은 길이 180m, 너비 26.5m, 높이 9.75m로 무게만 4만5000t에 이른다. 구조물 한 개에 들어간 콘크리트만 30평(약 99㎡) 아파트 460가구 분량이다. 이런 구조물 18개를 바다속에서 연결해 왕복 4차선 도로를 만들었다.
▶거가대로 터널 공사는 내해(內海)나 만(灣)이 아닌 최초의 외해(外海) 침매터널이라는 점을 비롯해 5개 분야에서 세계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불가능하다던 난공사를 성공시킨 만큼 실제 운영에서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만에 하나 터널이 무너지거나 바닷물이 새 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해 세계 해저터널사업 진출의 물꼬를 트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