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55)가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 중국과 국제사회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중국 정부는 8일 수상자 발표 직후 류샤오보는 죄인이라고 선을 긋고,그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노벨상 취지에 배치되는 일이며 중국과 노르웨이의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는 곧바로 베이징 주재 노르웨이 대사를 소환해 노벨위원회의 결정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는 류샤오보의 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자국의 인권문제가 안팎에서 문제시되는 상황을 차단하려는 ‘선제 조치’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류샤오보의 석방과 중국 내 인권개선 요구에 고삐를 조일 태세다.
작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류사오보를 “보편적 가치의 진전을 설득력 있고 용감하게 대변해 온 인물”로 높이 평가하면서 그의 즉각적인 석방을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류샤오보가 중국인의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평화적인 정치개혁을 일관되게 주창해왔다면서 “중국은 지난 30년간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정치개혁에는 뒤처져 있다”고 비판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어 류샤오보의 즉각 석방을 주장하면서 “중국이 국제 인권법의 의무를 지키고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또 나바네템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류샤오보는 매우 저명한 인권의 수호자”라며 그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환영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환영 성명을 내면서도 “중국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수백만명을 빈곤에서 구하는 동시에 정치적 참여를 확대하고,(인권개선을 위한) 국제적인 대세에 동참했다”며 노벨평화상을 둘러싼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과 캐나다,스위스 등 서방 국가들은 일제히 류샤오보의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면서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특히 수감 중인 류샤오보가 직접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해 중국 정부를 자극했다.
1983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은 “중국이 받기를 원치 않았던 노벨상을 받았다”면서 “우리는 중국을 두려워하지 말고 중국이 문명의 길로 들어서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류샤오보의 노벨상 수상과 더불어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의 동시 압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개막 연설에서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사이의 균형을 다시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거듭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고 나섰다.
블룸버그 통신은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인권문제부터 환율 개혁까지 국제사회의 맹공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류샤오보에 대한 노벨평화상 수여가 국제사회의 가장 강력한 ‘질책’이라면서 중국은 동시에 환율과 기후변화 등과 관련해 각국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인 찰스 프리먼은 “중국이 스스로 원하는 것보다 빨리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국제사회는 중국을 주요한 강대국으로 대하려 하지만,중국은 이를 원치 않고 국내 발전에 주목하려 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