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용중 논설위원
지난 26일 오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서울지역 대의원대회에선 지도부 경선에 나선 8명이 5분 간격으로 단상에 올랐다. 모두 합쳐 40분간 연설에서 '집권'이란 단어가 20여 차례 나왔다. '정권'도 30여 차례 등장했는데 그 뒤엔 대개 '교체' '탈환' '되찾아~'가 따라붙었다. 연사들의 목소리에서도, 표정에서도 간절함이 느껴졌다.
간절하면 통한다고 했다. 이 호소가 국민 마음에 메아리를 불러일으킨다면 정권 탈환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연사들의 간절함이 체육관 밖 일반 국민의 관심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는 느낌이다. 우선 다음 달 3일 전당대회의 규모가 과거보다 훨씬 줄어든 게 그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이번 민주당 전대에서 투표하는 대의원은 1만2000여명이다. 2002년 노무현의 대역전극을 일궈낸 '국민참여경선'에는 당원 7만여명이 동참했다. 당시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은 2003년에 당원 23만명이 대표를 뽑았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땐 모바일 투표까지 도입했던 민주당이 오히려 야당이 되고 나서 전당대회를 축소시킨 이유는 각 계파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타협한 때문 아닌가. 민주당은 이번 경선 결과에 대의원 투표를 70% 반영하고 나머지 30%는 당원 여론조사를 반영한다지만 여론조사는 말 그대로 여론을 재는 수단일 뿐 당원들이 주체로 나서 당원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 40세의 에드 밀리밴드를 당수로 탄생시킨 영국 야당 노동당의 전당대회에선 당원 12만여명, 노조원 21만여명이 투표했다. 민주당은 민심의 바다에 파도를 일으킬 절호의 기회에 통통배를 띄우고 말았다.
국민의 관심을 끌 만한 정책이 드문 점도 아쉽다. 정동영 후보는 자신이 대표가 되면 부유세와 노후연금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이슈화가 되지 않은 듯하다. 다른 후보들의 연설에선 공약다운 공약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의 민주당은 전당대회에서 후보들이 정책을 놓고 논전을 벌여 그 정책이 국민에게 파고들도록 만들 만큼 성숙하지는 않은 것이다. 밀리밴드 당수는 이번에 시간당 7.6파운드(1만3000원)의 생활임금(living wage) 도입을 주장했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실질 생활을 보장하는 임금이다. 밀리밴드는 이 공약을 외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당원은 물론 국민의 서명을 받는 운동을 벌여 바람을 일으켰다.
따지고 보면 이번 민주당 전대엔 관심을 끌 만한 정책뿐 아니라 그럴 사람도 부족하다. 후보자들은 너도나도 '이번엔 내가 대표가 돼야 한다. 영입과 연대와 통합은 나중에 하면 된다'는 식이다. 정세균 후보는 "판을 키워 집권하겠다"고 했고, 손학규 후보는 "진보정당과 손을 잡고 개혁세력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방법론은 내놓지 않았다.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후보를 민주당 내에선 '빅3'라고 한다. 하지만 일반국민 입장에선 이들 중 아직 '크다'고 평가받을 만한 사람은 없는 듯하다. 이런 식의 빅3 잔치는 당 자체를 스몰(small)로 만드는 잔치로 귀결될 수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 후보들의 간절함은 아직 유사(類似) 간절함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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