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黨도 軍도 물갈이
"화폐개혁 성난 민심 달래자" 노동당의 경제 3인방 교체
"김정은 체제 탄탄하게 준비" 50~60대 신군부 '핵심' 부상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을 통치하는 양 날개인 '노동당'과 '북한군'의 간판 얼굴들이 줄줄이 바뀌고 있다. 노동당에선 화폐개혁 실패와 국제사회의 금융제재 여파 등으로 경제 관련 부서장들이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의 경우,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대표하던 70~80대 인물들이 사라지고 50~60대 '신군부'가 부상하는 양상이다. 김정일은 1991년 북한군 최고사령관에 올랐고, 1997년 노동당 총비서에 추대됐다.◆노동당 경제 책임자 경질
노동당의 '경제 3인방'인 계획재정부·39호실·재정경리부의 책임자가 최근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은 작년 12월 단행된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북한 경제를 총괄했던 박남기(76) 계획재정부장을 1월 20일쯤 경질했다고 한다. 또 '김정일 자금'을 16년간 관리했던 김동운(75) 39호실장도 최근 전일춘 39호실 부실장으로 교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운 교체는 "작년 12월 유럽연합(EU)의 제재 리스트에 그 이름이 오르면서 스위스 등 김정일의 해외 비자금 관리가 어려워졌기 때문"(북한 소식통)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일 일본 마이니치(每日) 신문이 보도한 '최익규 당 영화부장 경질'은 "그가 당 선전선동부에서 잔뼈가 굵었기 때문에 화폐개혁에 대한 선전·선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북한 소식통) 관측이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달 당 국제부장에 '중국통'이자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김영일 외무성 부상을 기용했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박남기와 최익규 경질은 화폐개혁 실패, 김동운 교체와 김영일 기용은 2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 국면과 관련 있어 보인다"고 했다.
◆50~60대 신군부 등장
김일성의 빨치산 부대원이었던 이을설(89) 원수와 조명록(82) 총정치국장, 이용무(87) 국방위 부위원장 등은 나이와 지병 때문에 거의 안 보인다. 김정일 집권 이후 총참모장(합참의장)을 10년 넘게 역임한 김영춘(74) 인민무력부장(국방장관)도 건강 문제로 두 달 넘게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 2000년 정상회담 이후 송이버섯을 가지고 남한에 왔던 박재경(77) 인민무력부 부부장은 2008년 이후 김정일을 한 번도 수행하지 않았다.
대신 60대인 리영호 총참모장과 김정각(64)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이 북한군 핵심으로 부상했다.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안포 도발은 "각종 포 전문가인 리영호 작품일 것"(북한 소식통)이란 관측이 많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50~60대 북한군 간부 중 군부 충성심을 검열하는 총정치국에 배속된 인물이 많다"며 "포스트 김정일 체제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정태근 총정치국 선전부국장(중장), 김형룡 2군단장(상장) 등도 주목할 인물이다.
◆"민심 달래기와 후계 준비용"
최근 노동당 경질은 '민심 달래기', 북한군 교체는 '후계 구축용'이란 분석이 많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화폐개혁 실패로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려면 책임자를 경질한 뒤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개방 정책 부작용을 수습하기 위해 김달현 부총리를, 시장 요소 도입의 실패 책임을 물어 박봉주 총리를 각각 해임한 적이 있다.
또 북한이 '선군(先軍) 정치'를 강조하는 만큼 군부 교체는 '김정은 후계'와 관련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북한 소식통은 "김정은이 국방위에서 근무하며 주요 인사, 특히 군 인사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정일이 권력 세습에 성공하려면 경제적 안정과 군부 지지가 필수적이다.
☞ 39호실
김정일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조직이다. 대성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과 대성타이어공장 등 100여개 기업을 직접 운영하며 ‘외화벌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의 측근 선물 및 사치품 비용 등을 조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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