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란 참 이상하지요
나는 여기 있는데
천리 밖을 나돌아다니지요
나는 가만히 있는데
극락도 만들고 지옥도 만들지요
장마철도 아닌데 흐려졌다 맑아졌다
부뚜막도 아닌데
뜨거워졌다 차가워졌다
온도계도 아닌데 높아졌다 낮아졌다
고무줄도 아닌데
팽팽해졌다 늘어졌다
몸은 하나인데
염주알처럼 많기도 하지요
소를 몰듯 내 몸을 가만 놔두지 않게
채찍질하다가도
돼지를 보듯 내 몸을 살찌우게 하지요
마음 문을 열면 온 세상
다 받아들이다가도
마음 문을 닫으면
바늘하나 꽂을 자리 없지요
먹구름이 하늘을 가두어 어둠을 드리우고
폭우를 쏟아내고 번개를 내리쳤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파란 하늘과 햇살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비가 내린 후 맑게 갠 하늘을 바라봅니다
우울했던 마음도 금세 밝아지는 것 같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하늘은 언제나 푸른데 그 아래 먹구름이 지나가고
눈이 내려 흐릴 뿐이라는 것을요
파란 하늘처럼 마음도 변함이 없는데
우리 스스로 안개를 피우고 구름을 만들고
천둥을 치게 하고 폭우를 내리게 한다는 것을요
이제는 마음을 살피며 나를 바라보는 가운데
마음의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그 여행을 마치고 나면 하늘이 흐려도 밝은 마음을 가진
나를 바라볼 수 있을까요?
원성스님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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