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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정전문가 이자벨 서힐 브루킹스硏 선임연구원 인터뷰

鶴山 徐 仁 2009. 10. 9. 08:56

[서울신문 창간 105주년 기획-중산층 두껍게] 美 재정전문가 이자벨 서힐 브루킹스硏 선임연구원 인터뷰

“교육은 기회의 사다리… 직업훈련 투자 늘려야”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의 대표적인 재정 전문가인 이자벨 서힐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산층을 강화해 기회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과 일자리, 안정된 가정 등 세 분야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힐 박사는 최근 펴낸 ‘기회의 사회를 향해’라는 책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서힐 박사를 지난달 28일 연구실에서 만나 중산층을 두껍게 하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 미 워싱턴 소재 연구실에서 미국의 중산층 지원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브루킹스 연구소의 이자벨 서힐 박사.

→미국에서 말하는 중산층의 정의는.

-정해진 중산층의 정의는 없다. 연구자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나는 소득을 기준으로 5분위 중 가운데 20%를 대상으로 연구를 해 왔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답하고 있다. 연소득이 20만달러(약 2억 34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도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산층 추세에 변화가 있나. 이번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중산층도 타격을 많이 받았을 텐데.

-앞서 말했듯이 기준에 따라 중산층 비중의 증감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특정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계층을 나누기보다 소득을 기준으로 중간 20%를 선정해 비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30~40년간 미국인들의 소득 중간값에는 거의 진전이 없었다. 1979~2000년 소득 중간값은 미미한 증가를 보였고, 2000년 이후에는 오히려 악화됐다. 이번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전인 2007년 미국 중산층의 소득은 2000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1990년대 이후 미국 경제의 생산성이 높아졌고, 국내총생산(GDP)도 늘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경제성장의 결실이 부유층에 집중됐고, 중산층 이하에는 별로 돌아간 것이 없다는 점이다.

→부의 집중이나 경제적 불평등 심화가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친기업적·친시장적 경제정책의 결과라고 볼 수 있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사회 정책의 중심에는 부와 번영을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신념이 깔려 있다. 중산층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정책적 비전들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영향력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부시 행정부가 부의 불균형 심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덜 적극적이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정부 정책 때문에 부의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단언하는 것은 무리다. 부유층과 고학력층이 번성한 것은 경제발전의 속성에도 기인한다. 현대 사회는 산업기술이 발전하면서 고등교육 수준을 요구하는 일자리들은 늘었다. 그러나 제조업이 제3국으로 이전되면서 관련 일자리들이 줄었다. 미국 내 일자리 구조는 저임금의 서비스 단순직, 높은 교육수준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관리직으로 양분화됐다. 따라서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들이 좋은 일자리를 갖고 앞서가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번 경제위기에서 전문기술이 없는 단순직 노동자와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학 졸업장 없이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데, 20~30대에 접어든 고교 졸업자들이 뒤늦게 대학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은가.

-미국에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성인을 위한 교육 시스템이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2년제의 커뮤니티 대학이다. 최근 등록자 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 현재의 경제상황이 주요 요인이다. 고교 졸업자들이 더 이상 좋은 일자리를 찾기 힘들고, 전문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재교육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학비도 4년제 대학보다 싸고 다양한 직업 훈련 프로그램이 있어 과정을 이수하면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기회있을 때마다 교육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은 모든 단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 대학, 커뮤니티 대학은 물론 직업교육까지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직업 훈련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교육은 사회적 신분 상승의 열쇠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점점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교육은 사회적 사다리를 오르는 길이다. 40년 전에 비한다면 사회적 이동성이 떨어졌지만 저소득층 자녀들의 경우 제대로 교육만 받는다면 더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 고등교육이 성공을 가져오는지 아니면 성공한 사람들이 고등교육을 받는 것인지를 놓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교육의 긍정적인 측면에는 이견이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산층 강화를 주요 국내정책 중 하나로 내걸고 백악관에 중산층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그럴 만큼 사정이 악화됐나.

-중산층 문제는 정치적으로 파장이 큰 이슈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50%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니즈(요구)를 겨냥한 정책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 중산층 대책이 성공하기 위해 목표로 삼아야 할 핵심 분야는.

-가장 중요한 분야는 역시 교육이다. 단기적·장기적 대책 측면에서 모두 그렇다. 단기적 전략의 관점에서 볼 때 교육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약간의 정부 지원만으로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분야다. 장기적으로는 교육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 건강보험 개혁 문제는 최대 사회적 이슈이다. 대부분의 중산층 가정은 고용주를 통해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다. 개혁 방향이 중산층에 당장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녹색 경제는 시작단계이다. 이는 에너지와 환경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부가 직접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기보다는 관련 정책의 변화로 민간 기업들이 녹색 일자리를 만들도록 유도해야 한다.

→앞서 미국의 일자리는 저임금 서비스직과 전문·관리직으로 양분화됐다고 했다. 2년간의 커뮤니티 대학 교육 또는 직업 훈련만으로 전문직에서 일할 수 있는 자질을 습득할 수 있다고 보나.

-숙련된 기술자들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숙련된 배관공과 전기기술자, 하이테크 생산기술자들이 필요하다. 고용주들은 요즘도 숙련된 기술자들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숙련 기술자들의 임금이 단순 육체 노동자들의 임금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근로자 개개인의 행태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특이하다. 기술수준과 교육 정도에 따라 임금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젊은 층, 특히 젊은 남성들의 대학진학률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여러 보고서는 중산층을 두껍게 하기 위해 교육과 질좋은 일자리, 금융교육, 효율적인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권고하고 있다. 정부에 단기적 및 장기적 정책 제언을 한다면.

-교육에 대한 투자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제대로 된 금융교육과 저축 장려, 적절한 수준의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회안전망의 경우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 더욱 절실하다. 현재 미국에서는 적절한 사회안전망의 범위를 놓고 논란이 진행중이다. 일할 의욕과 교육을 받으려는 의욕을 고취시키고 안정된 가정을 지탱시킬 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같은 중산층 강화 정책들이나 제안들이 과연 현재와 같은 어려운 경제상황과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한가.

-현재처럼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재정적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업들과 개인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경제주체는 정부밖에 없다.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누적 재정적자는 매우 걱정된다. 결국 이들 프로그램의 지원 대상과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노년층보다는 젊은 층, 경제적으로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계층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다시 말해 연령과 소득에 따라 지원을 차등화해야 한다.

글 사진 kmkim@seoul.co.kr

2009-10-09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