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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성환 photographer 김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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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때 밀고, 당길 때 당겨야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여름은 분명 ‘사랑을 당길 때’다. 녹음 짙은 숲길에서, 낭만이 깃든 간이역에서, 노을 지는 강변에서 사랑을 당긴다. 사랑 때문에 앓게 될 ‘몸살’은 나중 문제다. | |
평행하게만 달리는 기찻길. 결코 만날 수 없을 것 같기에 기찻길은 종종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상징이 된다. 하지만 끝이 없을 것만 같던 기찻길도 종착역에 이르면 하나로 합쳐진다. 그리고 마침내 달리기를 중단한다. 종착역을 찾아 나선다. 그곳에 사랑이 머물 테니까. 그 종착역이 오두막집같이 작고 정겨운 역사(驛舍)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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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연천군의 신탄리역은 경원선 철도의 최북단이다. 서울 용산에서 시작된 기찻길은 원산까지 뻗지 못하고 철도 중단점 표지판 앞에서 멈췄다. 경기도 의정부를 출발한 다섯 량짜리 ‘ 꼬마기차’도 플랫폼에서 더 이상 달리지 못한다. 고른 숨을 몰아쉬며 오던 길을 되돌아갈 채비를 할 뿐이다. 그런 탓에 플랫폼 뒤쪽의 약 300m 구간의 철길은 기차가 다니지 않아 철길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가능하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탓에 철길 주변은 잡풀이 듬성듬성 자라 있다. 건널목의 차단기 역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이 하늘을 향해 있다. 두 곳 모두 연인들의 산책로로 남았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받쳐든 한 쌍의 연인이 앞을 바라보며 걷는다. 그들 앞에서 서로 떨어져 달리던 기찻길이 하나로 포개진다. 그 각도가 급하지 않고 완만하다. 마치 물이 흐르듯 은근하게 섞여든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모습도 이와 닮았다. 중년의 부부가 뒤를 돌아본다. ‘왜 좀더 일찍 만나지 못했을까.’ 그들은 평행한 기찻길처럼 따로 걸어온 시간을 아쉬워한다.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을 게다. 자신들의 사랑이 어느새 훌쩍 자라버린 것을,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사랑이 더욱 깊어진 사실을 말이다. 역사 옆에 우뚝 선 고대산이 사람들의 사랑을 보듬는다. 신탄리역 기찻길은 비 오는 날 더욱 운치가 있다. 맑은 날이라면 아침이 산책하기에 좋다. 40여 년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 안에서 데이트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될 만하다.
찾아가는 길 ●수유리에서 3번 국도를 따라 철원 방향으로 약 1시간을 달리면 신탄리역 이정표가 나온다. ●신탄리역 031-834-8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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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성환 photographer 김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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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 너른 잔디밭, 섬을 돌아 흐르는 북한강. 사랑을 속삭이는 데 필요한 전부를 갖춘 남이섬은 연인에게 분명 매력 있는 곳이다. 어디에서든 분위기가 무르익을 테니까. 가평 선착장을 출발한 배가 남이섬 선착장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0여 분. 하지만 흥분과 설렘을 다스리기에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섬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연인들은 참아 왔던 사랑을 발산한다. 서로 허리를 보드랍게 감싸안고 팔을 살포시 끌어안는다. 고즈넉한 숲길로, 벤치가 있는 강변으로 짝을 지어 발길을 재촉한다. 타인의 시선을 무시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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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장군의 묘가 있어서 이름 붙여진 남이섬. 하지만 남이섬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장군이 아니다. TV 드라마 <겨울연가>의 ‘준상’과 ‘유진’ 그리고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이다. 이들의 흔적이 깃든 곳은 젊은 연인의 성지가 됐다. 연인들은 두 사람의 발자취를 쫓는다. 메타세쿼이아 숲길에서 산책을 하고, 두 사람이 첫 키스를 했던 강변의 벤치에서 그들의 사랑을 흉내낸다. 자전거를 타고 섬을 돌아보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사랑이 무르익으면, 조금 더 깊은 밀어를 건넬 장소를 찾는다. ‘준상’과 ‘유진’이 머물렀던 곳은 적합하지 않다. 관광객이 많은 탓에 자칫 분위기가 산만해질 수 있으니까. 섬 남쪽의 숲길을 따라 걸어본다. 곳곳에 작고 아담한 벤치가 많은데다 강과 가까워 운치가 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더욱 낭만적일 게다. 가평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첫배 시간은 오전 7시 20분. 새벽에 부지런을 떨면 아련하게 퍼지는 물안개를 볼 수 있다. 남이섬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하룻밤 묵을 요량이라면 일몰의 순간도 챙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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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경강역. 이곳에도 아름다운 사랑의 흔적이 남아 있다. 영화 <편지>의 두 주인공 ‘정인’과 ‘ 환유’의 사랑이 경강역에서 시작된다. 연인들은 두 주인공이 마주치던 간이역을 떠올린다. 향나무 벤치에 앉아 두 사람의 사랑을 음미한다. 환유처럼 편지 한 통만 남겨 두고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 66년 된 소담한 역사(驛舍)와 정원은 그 약속의 증인이 된다. “ 기차를 타지 않는 분은 나가주세요”라는 안내방송이 이들의 귀에 들릴 리 없다. 원래는 안전 때문에 플랫폼 근처를 돌아다니는 것이 금지돼 있단다. 하지만 기차를 타고 오면 역을 둘러볼 시간을 벌 수 있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하루 다섯 차례 이곳에 정차한다.
찾아가는 길 ●46번 국도를 타고 가평 SK경춘주유소 사거리에서 우회전, 2.4km 직진하면 남이섬 선착장이 나온다. 가평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춘천 방향으로 약 20분을 달리면 오른쪽으로 경강역 이정표가 나온다. ●남이섬 031-582-2181, 경강역 033-263-7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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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성환 photographer 김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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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축령산에 생기가 돈다. 싱싱한 초록빛이 산자락을 타고 천지로 흩어진다. 나무가 뿜어내는 상쾌한 공기가 수목원 입구를 가득 메운다. 들이마신 공기가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 이제 사랑할 준비는 끝났다. 상대에게 순수한 마음을 전하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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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친구끼리 찾은 이들도 있지만 수목원의 주인공은 단연 연인이다. 수목원은 이미 그들 차지다. 연인들은 버드나무, 느릅나무, 수양벚나무가 늘어선 능수정원을 걷는다. 단아하게 늘어진 나뭇가지가 따가운 햇볕을 막아준다. 사랑하는 사람의 어깨를 감싸안는다. 푸른 잔디가 깔린 아침광장에선 서로의 무릎을 베고 누워도 어색하지 않다. 아예 나란히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수목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하경전망대에 오르는 순간 사랑은 절정에 달한다. 수풀이 적당히 우거진 벤치에 앉아 하경정원과 아침광장을 바라보며 서로의 온기를 공유한다. 꽃이 만개한 하경정원에도, 침엽수 숲에서도 사랑이 싹튼다. 수목원을 감싸고 도는 아침계곡과 에덴계곡에서도 어김없이 젊음이 느껴진다. 두 사람은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여름을 함께 보낸다. 아침고요수목원은 그 이름처럼 조용한 아침에 더욱 아름답다. 선선한 아침 공기가 내려앉은 곳이면 어디에서든 사랑의 달콤함이 배가된다. 하절기(4~11월) 개장 시간은 오전 8시. 특히 비가 온 직후, 축령산 중턱에 구름이 걸린 광경은 장관이다. 하경전망대, 하경정원, 아침광장 등에는 사람이 많다. 반면 수목원 가장자리에 위치한 성서산책로나 침엽수정원, 도원찻집 앞 계곡 등은 상대적으로 한적하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숨겨 두었던 이야기를 꺼내기에 부담 없는 장소다. 여름이 되면 아침고요수목원에 생기가 돈다. 그곳에서 연인들은 생기를 띤다.
찾아가는 길 ●46번 국도를 타고 가다 청평검문소 사거리에서 현리 방향으로 좌회전. 7km 직진하면 아침고요수목원 이정표가 보인다. ●아침고요수목원 031-584-67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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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성환 photographer 김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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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흘러온 두 강(江)이 만난다. 흘러온 길도, 중간에 만났던 것도 서로 다르다. 하지만 둘은 이질감을 느끼지 않나 보다. 거부하지도 밀어내지도 않는다.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쌓였던 고단함을 서로 어루만져준다. 자연스럽게 하나가 돼 흐른다. 바로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의 모습이다. 사랑도 어쩌면 이와 닮았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만나 같은 길을 걸어갈 계획까지 세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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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에 접어들어 다산유적지 뒤쪽으로 차를 몬다. 인적이 없을 것 같은 그곳에 ‘강변연가’ 카페가 있다. 초가집 형태의 건물이 수풀과 어우러져 정겹다. 카페촌이 아닌데다 민가도 거의 없어 한적하다. 풀벌레 소리와 바람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객을 반긴다. 한여름 카페 앞은 온통 초록빛이다. 앞마당의 잔디와 강 기슭의 연잎이 내뿜는 초록이 교묘하게 엉켰다. 청춘이 아니더라도 편안함을 느낄 만하다. 울타리가 두 곳의 경계를 표시해 준다. 뜰이나 카페 주변을 산책하는 동안 사랑이 깊어진다. 뜰 한쪽에 마련된 나무그네가 눈길을 끈다. 그네에 앉든, 울타리 가까이 마련된 테이블에 앉든, 그순간 사랑이 요동친다. 두 사람은 자신들 앞에 흐르는 강물처럼 각자의 삶을 보듬을 준비를 할 것이다. 어느새 노을이 진다. 노을은 두 사람의 사랑을 붉게 물들일 것이다. ‘강변연가’에선 식사를 할 수 있다. 게다가 숙박 시설도 갖춰져 있다. 승용차가 없으면 찾아가기 불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그 정도의 수고는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찾아가는 길 ●팔당대교 지나 6번 국도를 타고 가면 ‘다산유적지’ 이정표가 나온다. 다산유적지 주차장에서 ‘강변연가’ 이정표를 따라 200m 직진. ●강변연가 031-57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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