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精神修養 마당

그 아름답고도 아픈 삶의 잔상

鶴山 徐 仁 2008. 12. 21. 10:39
 
 
 
그 아름답고도 아픈 삶의 잔상
 
누구나의 삶에는
그리움이 한 가득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긴 여름의 한 낮을 보내고 음악이 흐르는
 까만 밤을 벗삼게 되는 이런 시간에는 가끔 가슴속
한 가득 그리움이 차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삶이 아닐진대 가슴속에 담겨 있는
그리움은 그저 그리움으로 끝나는 것인 듯 합니다. 
그렇다 해도 그 계절들이 오고 그 시간들이 올 때면
 맘 한 구석에 담겨 아직 마르지 못한 그리움은
 머릿속 여기 저기를 휘저으며 옛 시간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것은 몸의 한 구석에서 아무것도 아닌 듯이 숨어 있다가
조건이 되면 돋아나는 상처가 온 몸의 모든 신경을
빼앗듯이 온 마음을 점령하곤 합니다.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다 잊었다고 여겼던 것들이
되살아나 한동안 마음을 빼앗긴 후에는
여러 가지 의문들이 빼앗겼던 마음속에 한 가득 차오릅니다. 
내 안에 그 계절들과 그 시간들을 동반한 무엇인가가
그렇게도 깊이 각인이 되어 있었나 혹은
내 스스로 그 계절들과 그 시간들이 되면 마음 한구석에
숨어 있는 것들을 끄집어 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들. 
 
 
 
그리움이란 것은 마음속에 아픔을 가득 채웁니다. 
만남이 있고 헤어짐이 있는 것이 삶의 길이지만
어떤 헤어짐의 끝에는 제대로 된 마무리가 없었던 것으로
인해 미처 정리가 안된 아픔이 있습니다. 
모든 만남이 계획된 절차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인 것처럼
헤어짐 역시 아무런 대책이 없이 이루어 졌기 때문입니다. 
그리움에 의한 아픔은 시간이 흘러도 그 정도가 덜 해지지 않습니다. 
육신의 상처가 시간이 지나면 아물 듯 그렇게 아물어 지지도 않습니다. 
뜻하지 않게 피어 오르는 그리움이 맘속에 가득해 질 때면
그것이 스스로 물러 날 때까지 온 몸으로 번져 오는
아픔을 참아 내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리움은 추억 어린 몇 장의 어린 시절 사진처럼
너무도 선명하게 다가 옵니다. 
그 각각의 계절들 속에 다양한 색으로 채색 되어진 기억들이
그리움과 함께 찾아 올 때면 한 장면씩 되새김질 하는
가슴 속에는 또렷한 영상이 떠오릅니다. 
빛 바랜 옛 사진이 아니라 방금 찍어 현상한 사진처럼
손을 뻗으면 만져 질 듯한 모습으로 떠오릅니다. 
그 선명함이 잔잔한 맘속에 파도를 일으키며 퍼져 올 때면
정지된 시간 속에 또 다른 모습의 내가 있습니다. 
퍼져 가는 그리움의 파도에 함께 실려 가며 오히려
그리움 속에서 그렇게 안도하는 또 다른 모습의 내가 있습니다.
 
 
 
그리움은 끝이 없을 것 같은 겨울의 한 자락입니다. 
매서운 추위로 온 세상이 얼어 붙듯이 맘 속에
한 가득 그리움이 머물면 주위의 모든 것은 얼어 붙습니다. 
생각도 감각도 그렇게 얼어 붙어
생존을 위한 호흡만 존재하는 세상이 되고 맙니다. 
계절은 오고 가며 시간을 깨닫게 해 주지만 한 번 그리움에 휩싸인 마음은
영원히 계속 될 것 같은 겨울의 한 가운데 머물러 있습니다. 
그 한 없이 깊은 겨울 속에서 얼어 붙은 마음에 지펴 지는 불씨 같이
그리움을 태워 없앨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기다려 보지만
그리움은 그 조그만 불씨조차 허용치 않습니다.
 
 
그리움은 짙게 드리우는 어스름과 함께 찾아와
온 세상을 까맣게 물들이는 어두움입니다. 
그 어두움 속에 홀로 앉아 있으면
어느덧 마음은 까만 어두움 저편으로 날아 갑니다. 
한 낮의 열기 품은 대기를 몰아내고
늦가을에나 느낄 수 있는 선선함과 함께
주위에 내려 앉은 까만 밤은 마음의 여행을 도와 줍니다. 
 
 
하얀 백지에 그린 그림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그림이지만
까만 밤을 배경 삼아 그리는 그림은 나 자신을 위한 그리움의 흔적입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리는 그리움이 빈틈 없이 밤의 캔버스에 채워 지고
더 이상의 여백이 없어지면 누가 볼세라 꼭꼭 접어 마음속에 담아 둡니다. 
다시 열기 한 가득 품은 낮이 오면 마음속에 접어 둔 그리움으로
한 가득 채색된 캔버스는 어느새 붓의 흔적 하나 없는 하얀 공간이 되고 맙니다. 
 
 
 
그리움을 마음속에 품고 사는 사람은
남을 그리고 자신을 아끼며 사는 사람입니다. 
그리움을 마음속에 품어 보지 못한 사람은
메마르고 텅 빈 삶을 살아온 사람입니다.
리움은 인연의 흔적 또는 사랑의 흔적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인연에 대한 그리움은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우리의 삶과 동행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인연에서 우러나오는 그리움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다가 옵니다. 
 
 
 
사랑에 대한 많은 정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움 속에서 바라보는 사랑은
그 어떤 정의로 풀어 설명 한다 해도
그저 잠시 피었다 사라지는 허상일 뿐입니다.  
오히려 그것들의 잔상으로 남는 그리움이야 말로
내 삶에 남은 상대방의 진정한 모습이고
또한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품고 가야 하는
삶의 무게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