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위기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고용 부문은 이미 ‘역(逆) 성장’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환란 때와 지금 상황이 매우 흡사하다.97년 1월 전년 동월 대비 3.0% 증가를 기록했던 취업자 수는 9월 1.0%로 하락하더니 10월 0.7%,11월 0.4%,12월 0.1%로 추락했다.98년 1월이 되자 취업자 수는 1968만 6000명으로 2000만명 밑으로 떨어지며 1년 전보다 무려 4.2%나 감소했다.2월 -4.4%,3월 -4.8%를 거쳐 그해 7월에는 -7.1%로 절정을 이뤘다.실업자는 97년 10월 46만 2000명에 불과했으나 97년 말 시작된 구조조정의 칼바람 속에 98년 1월에는 96만 4000명으로 3개월 새 두배가 됐다.
올해는 지난달 취업자 증가율이 0.3%로 정체 상태에 들어갔다.미국발 금융 위기가 몰아친 지난 9월 0.5%에서 10월 0.4%로 떨어진 데 이은 것으로 최근 5년래 최악이다.앞으로 기업과 금융기관,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해질 경우 연초가 되면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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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국내외 경제전망기관들이 가장 어둡게 보는 쪽이 수출이다.수출 부진이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던 환란 때와 달리 지금은 외부 요인 때문에 잘 나가던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올들어 평균 20%대의 전년 대비 신장률을 보이며 내수가 고꾸라진 가운데 홀로 성장을 이끌어오던 수출은 9월 27.7% 증가를 정점으로 10월 8.5%로 급격히 둔화되더니 지난달에는 18.3%가 줄어들었다.이달 들어서도 지난 10일까지 13.1% 가 감소했다.
환란 때에는 막대한 차입을 통해 투자를 확대한 기업들이 주력 수출품목의 교역조건 악화로 줄줄이 부도를 맞았다.97년 1~3월 내리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당시 수출은 신통치 않았다.하반기 들어 반짝하던 수출은 기업 부도가 속출하면서 급락세로 돌아서 이듬해 5월 -3.7%,6월 -7.1%,7월 -15.1%,8월 -12.1% 등 가파른 추락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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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제조업 생산도 외환 위기 때와 비슷한 추세의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제조업생산지수의 전년 대비 증감률은 가파른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올 1월까지만 해도 11.2%의 호조를 보였으나 수출이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지난 9월 전년 대비 6.2% 증가에서 10월에는 -2.4%로 꺾였다.환란 때에도 97년 10월 7.0% 성장에서 11월 2.2%로 낮아졌고 12월 마이너스(-0.4%)로 돌아선 뒤 98년 이후 급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실물지표가 외환 위기 시절과 유사하거나 혹은 더 악화되고 있어 경제 위기가 더 깊고 길게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태균 이두걸기자 windse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