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 세 끼 쌀밥에 고깃국 먹던 집은 한 끼 굶어도 되지만,만날 라면만 먹던 집은 굶으면 큰일 난다.” 등록금 동결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서울 소재 한 대학 기획처장의 말이다.최근 동결을 주도한 대학들은 그동안 쌓아 놓은 적립금도 많고 등록금도 많이 걷어 한 해 정도는 동결할 수 있어 ‘생색내기’가 가능하지만 재정이 어려운 대학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등록금 동결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가 털어놓은 속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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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결大보다 적립금 평균 148억 많아
서울신문이 7일 대학정보공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를 통해 서울에서 등록금을 동결한 12개 대학과 동결하지 않은 16개 대학의 적립금,등록금,등록금 인상률을 비교해보니 이같은 현상이 확연히 드러났다.고려대,성신여대 등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의 교비회계 적립금은 평균 1130억원으로,동결하지 않은 대학의 평균 적립금 982억원에 비해 평균 148억원 많았다.동결한 대학 중 최고 적립금은 5115억원인 이화여대였는데,비동결 대학 중 적립금이 가장 적은 성공회대(63억 7000만원)와 5000억원 넘게 차이가 난다.비동결 대학 중 규모가 큰 연세대(2000억원)와 비교해도 3000억원이 많다.
●비동결大 “울며 겨자 먹기로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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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의 경우 동결한 대학이 평균 794만원,그렇지 않은 대학이 772만원으로 동결한 대학이 평균 22만원 더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동결한 대학 중 등록금이 가장 비싼 이화여대(880만원)는 비동결 대학 중 등록금이 가장 싼 성공회대(687만원)와 197만원 차이가 난다.비동결 대학 중 등록금이 중간 정도인 중앙대(750만원)와 비교해도 130만원 차다.2007년 대비 2008년의 등록금 인상률도 동결 대학은 평균 6.66%,비동결 대학은 5.82%로 평균 0.84% 포인트 차이가 났다.
내년 등록금을 동결하겠다고 먼저 선언한 대학들은 그동안 쌓아온 탄탄한 재정을 바탕으로 이슈를 선점한 셈이다.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재정이 탄탄한 대학들은 등록금을 동결해도 여력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먼저 치고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먼저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을 바라보는 비동결 대학의 시선은 곱지 않다.동결을 검토 중인 한 대학 기획처장은 “같은 사립대라도 적립금이나 등록금 규모가 천차만별인데 사회적 분위기가 동결 쪽으로 흐르다 보니 아무리 재정이 여의치 않아도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물가상승 등을 감안하면 5% 정도는 등록금을 인상해야 하는데,무리해서 동결하다 교육의 질이 떨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이참에 등록금 인하 검토를”
시민사회단체들도 “대학들은 등록금을 동결했다고 생색낼 것이 아니라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지난 5일 오전 550개 시민사회단체 연합체인 등록금넷은 기자회견을 열어 “대학들은 합리적 예산 편성,기타적립금 일부 환원,재단전입금 확충 등을 통해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지난 1일 등록금 동결을 발표한 서강대 김영수 기획처장은 “생색내기가 아니라 우리도 상당히 고통을 감내하면서 동결을 선언한 것”이라며 “적립금은 목적이 다 있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얘기하는 것처럼 장학금으로 전환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