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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에 호재될까

鶴山 徐 仁 2008. 10. 12. 06:41

미국이 11일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함에 따라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이번 조치는 일단 북.미 관계 개선의 발판이 될 수는 있겠지만 당장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비핵화 2단계가 마무리 수순에 들었다는 점에서 비핵화를 사실상 관계 개선의 전제로 삼아온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대북정책을 수행할 입지가 넓어진 것이지만 북한에는 오히려 대남 압박을 가속화할 수 있는 빌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테러지원국 해제 자체만으로도 남북 경협 여건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략물자 수출 통제 규정의 완화로 개성공단 등 북한지역에 대한 남한의 설비 반출이 종전보다는 쉬워질 것이란 게 그 근거다.

더 나아가 테러지원국 해제는 사실상 핵신고와 핵시설 불능화로 구성된 비핵화 2단계의 마무리, 즉 비핵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의미하는 만큼 남북관계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리 정부에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좋은 여건을 제공할 것이라는게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대북 구상인 비핵.개방 3000의 본질이 비핵화의 진전에 맞춰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기에 테러지원국 해제 후 북한의 핵불능화가 정상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 및 남북경협 인프라 구축에 적극성을 띨 공산이 큰 것이다.

다시 말해 정부는 핵 문제 진전을 명분 삼아 대북 식량 지원, 개성공단 숙소 건설, 대북 통신 자재.장비 제공 등을 보다 적극적.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될 전망이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를 다루는 북.미 핵검증 협상이 타결되면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핵문제에 진전이 있다면, 그것에 맞춰서 각 분야 사업들이 검토가 되고 우리가 천명한 입장(비핵.개방 3000)에 맞춰서 조정돼야 한다는 점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맞장구’를 칠지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북한이 이번 테러지원국 해제를 계기로 대미, 대남 관계를 동시에 활성화해서 살길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남북관계는 양측의 상호 작용을 통해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보이는 태도로 미뤄 대미 관계 진전 노력과는 별개로 남측과는 계속 각을 세우려 할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 달 한때 대남 비난을 줄였던 북한이 최근 비난의 빈도와 수위를 모두 높이고 있는 점, 강경 메시지를 담은 해군 사령부 대변인 담화를 발표한 점, 삐라 살포가 계속될 경우 개성공단 사업 및 개성관광에 악영향이 있을 것임을 경고한 점 등은 좋지 않은 조짐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에 대한 보다 분명한 입장표명이 있기 전까지는 대남 관계를 개선할 뜻이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자, 대남 압박을 통해 우리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를 유도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의 정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북한 정권수립 60주년(9월9일)을 즈음해 발표한 담화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북한 언론들이 지난 10일 일제히 보도한 이 담화를 통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입장과 태도는 북과 남의 화합과 대결, 통일과 분열을 가르는 시금석”이라며 “누구나 6.15북남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지지하고 성실히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북한이 테러지원국 해제에 따른 대외 환경의 긍정적 변화를 활용해 살길을 모색하되 남측과는 경색 국면을 그대로 가져가려 할 가능성이 일단 높아 보인다.

그 경우 남과 북은 테러지원국 해제가 가져올 주변 정세의 긍정적 변화를 관계 호전의 동력으로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

2008-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