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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환(李鍾煥) 삼영화학그룹 회장(84)은 지난 10년 동안 세상을 두 번 놀라게 했다. 2002년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관정(冠廷)이종환교육재단'을 설립한 후 계속 출연금을 늘리더니 최근까지 총 6000억원을 재단에 쏟아 부었다. 그가 평생 모은 재산의 95%에 달한다. 그는 "천사처럼 돈을 벌지는 못했어도 천사처럼 쓰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이 회장이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두 번째 사건은 이른바 '1000억원 위자료가 걸린 황혼이혼 소송'이었다. 1999년 이 회장의 부인이 제기한 이혼소송은 당시 '최고령에 사상 최고액수의 위자료를 청구한 사례'라고 해서 화제가 됐었다. 이혼을 거부했던 이 회장은 결국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여 위자료 50억 원에 합의 이혼했다가 8년 만인 작년에 재결합했다.
최근 자서전 '정도(正道)'를 펴낸 이 회장을 서울 명륜동 자택에서 20일 만났다. 1970년대 초 이 회장이 아흔아홉 칸 기와집이 있던 자리를 사서 지었다는 집은 검소하고 단단해 보였다. 겉이 화려하기보다는 안이 실속 있는 분위기였다. 거실로 들어서는 이 회장의 인상이 딱 그랬다. 조용하게 할 말은 다 하는데 전혀 웃지 않았다. 그는 "비록 작은 기업이지만 소신껏 했고 야당 하는 것처럼 사업을 하다 보니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