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3일자로 신문에 실린 제 칼럼입니다. 이 칼럼이 나간 뒤 예비역 장성들은 물론 현역 관계자들로부터 "요즘 분위기를 제대로 잘 전해줘 고맙다"는 얘기를 계속 많이 듣고 있습니다. 현정부는 이런 '군심'의 '이반'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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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병(老兵)들의 실망이 커지기 전에… 유용원·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지난 11일 오후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星友會)와 한미안보연구회 등이 공동 주최한 '미래 한미동맹 발전방향' 주제 세미나장(場). 토론 시간에 방청석에서 예비역 장성들이 현 정부와 이 대통령의 국방안보 정책에 대한 불만과 섭섭함을 토해냈다.
"노무현 정부 때보다 못한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뭘 기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또 "청와대 내에 군사분야 식견을 가진 참모가 없다" "이 대통령이 군사적 식견을 가진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려는 자세가 돼있지 않은 것 같다"는 말도 예비역 장성들로부터 나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예비역 장성들은 전직 국방장관, 참모총장 등 150여 명이나 된다.
이들은 대부분 이 대통령의 실질적 지지층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 전 이례적으로 국방부를 방문하고 취임 후 군의 명예와 권위 회복에 관심을 보여 이들의 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그런데 왜 취임 100여 일 만에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걸까?
일단 표면적 원인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촛불시위로 반미감정이 악화되고 있는 데 따른 실망감이 아닐까 싶다. 이 정부가 미 쇠고기 수입문제를 잘못 다뤄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다 잠실 제2롯데월드 허용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 이전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일이나,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재협상 문제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 등도 군 관련 인사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수 있다.
성우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를 강조하는데 안보에는 실용주의가 없다"며 이 대통령의 '애매한' 안보관을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당장 '촛불 민심'에 신경을 써야 하겠지만, 우군(友軍)인 보수층의 불만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서둘러 챙기지 않으면 친구도 곧 등을 돌리는 게 요즘 세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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