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훈장을 받으며 퇴임했던 전직 교사가 형편이 어려워 승용차를 집 삼아 노숙을 해 오다 못 쓰게 된 차를 길에 버린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가 딱한 사정이 감안돼 선처됐다.
28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A(68)씨는 평생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다 1999년 퇴직했다.일선 교육현장에서 평생을 바친 공로로 퇴임 때 국민훈장 동백장까지 받았지만 전 재산이나 다름 없던 퇴직금 1억5000만원을 “높은 이자를 주겠다”는 친구에게 사기당하고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 때 충격으로 자살까지 시도했던 A씨는 가족과 불화가 깊어지면서 2000년 초 혼자 집을 나와 자신의 낡은 쏘나타 승용차에서 3년여 간 노숙생활을 했다.2004년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직하면서 노숙 신세에서 벗어나 단칸방으로 옮겼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불과 2년 만에 해고된 뒤 폐지를 주워 생계를 잇는 처지가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신의 승용차를 길에 버린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1심에서 벌금 50만 원이 선고됐다.벌금 낼 돈조차 없던 A씨는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최근 “원심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선고유예 판결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차를 관리하지 못한 점은 인정되지만 오랜 기간 교직에 몸바쳤고 별 전과도 없을 뿐 아니라 퇴직금을 사기당해 근근이 생활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원심 형량은 너무 무겁다”고 선처 배경을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