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歷史. 文化參考

제주의 봄… 노란 꽃물결이 밀려온다

鶴山 徐 仁 2008. 3. 21. 17:07
서귀포 도순다원에 곱게 펼쳐진 차이랑 너머로 흰눈을 이고 있는 한라산 백록담이 보인다. 3월 제주는 겨울과 봄이 공존한다.
[스포츠월드] 제주공항을 빠져나오면 고개가 자연스럽게 들린다. 한라산을 찾는 것이다. 모자처럼 툭 튀어나온 백록담 분화구가 보이면 기분이 좋아진다. 날씨가 좋다는 얘기다. 이런 날은 어디를 가도 기분이 좋다. 특히, 동남아 휴양지 부럽지 않은 물빛을 자랑하는 제주의 해안은 날씨가 관건이다. 햇살이 쨍한 날일수록 투명한 물빛이 살아난다. 봄날 백록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황사가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또 기온이 올라가면서 잔뜩 뿌옇게 변하는 대기나 하루에도 열두번씩 변하는 섬의 변덕도 한몫을 한다.

봄날 밑에서 올려다본 백록담의 정취는 아주 특별하다. 이 시기에만 볼 수 있는 진짜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서귀포에는 반소매가 그리울 만큼 훈풍이 가득하지만 백록담 분화구 일대는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제주의 관광달력에 단골로 등장하는, 유채꽃이나 감귤, 녹차밭을 눈 쌓인 백록담과 대비시켜 보여주는 사진 속 장면이 지금 펼쳐져 있다. .

제주의 봄을 말해주는 것은 많다. 이제는 조금 진부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유채를 빼놓고 제주의 봄을 말할 수는 없다. 서귀포나 성산포 일대의 길가에는 유채꽃 무리가 듬성듬성 피어 있다. 바람막이 구실을 해주는 돌담 아래에는 활짝 피어났다. 그러나 밭에 조성한 유채는 아직 시기상조다. 적어도 보름은 기다려야 샛노란 물감을 터트린 듯한 유채꽃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돌담 아래 만발한 유채꽃.

지금 유채꽃을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성산 일출봉에서 섭지코지로 이어진 해안도로 주변에는 ‘유채꽃 사진 촬영소’가 있다. 조생종을 심어놓은 이곳은 한겨울에도 만발한 유채꽃을 볼 수 있다.

우도에도 봄을 말해주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쇠머리오름 아래 펼쳐진 보리밭이 그것. 제주에서 보리를 심는 곳은 많지 않다. 그 중에 하나가 우도다. 보리밭은 해풍을 막기 위해 쌓아올린 돌담이 격자문양으로 연이어진 가운데 자리했다. 보리의 초록빛과 검은 현무암으로 쌓은 돌담, 파랑과 빨강으로 빛나는 마을의 지붕이 어울려 한껏 운치가 있다.

‘물빛이 예술’로 불리는 우도의 바다에서도 봄이 느껴진다. 그 중심에는 산호사 해변이 있다. 생을 다한 산호초가 밀려와 부서져 만들어진 해변이다. 이 산호초로 인해 바다빛이 황홀하게 변한다. 얕은 곳은 물비늘 아래 산호초가 환하게 빛난다.
박수절벽에서 바라본 서귀포 대평리의 아늑한 풍경.

3월에는 제주의 해안 드라이브도 특별하다. 해안도로를 달릴 때는 창문은 활짝 열어야 한다. 칼끝 같았던 바람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귓불을 핥는 부드러운 해풍의 속삭임이 느껴진다. 오름 트레킹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삼다도’로 익히 알려진 제주도의 바람은 오름 트레킹을 할 때 실감하게 된다.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바람이 거세다. 그러나 3월 중순을 넘기면 이 바람이 한결 유순해진다. 오름의 잔디는 아직 누렇게 죽어 있지만 봄물이 오르는 들녘의 풍경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제주의 오름 가운데 인기가 높은 용눈이오름에 서면 유채꽃이 만발하는 들판이 보인다. 초록이 점점 짙어지는 밭이나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떼도 보인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면서 아득하게 멀어진 성산 일출봉이나 한라산도 보인다. 제주의 산과 들에 봄기운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