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동서남북] '외교부의 봄'

鶴山 徐 仁 2008. 3. 7. 16:27

외교를 이념의 이분법으로 가른
지난 10년의 잘못 반복 말아야

박두식 정치부 차장 dspark@chosun.com

 

▲ 박두식 정치부 차장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나타난 외교·안보 라인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외교부가 원톱으로 나선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진 지난 10년 동안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은 통일부가 갖고 있었다. 그러나 곧 구성될 새로운 외교·안보 분야 장관 협의체의 수장을 외교부가 맡게 될 것이라고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인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는 민족적 관점은 물론 국제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외교부가 강조해 온 논리이기도 하다. 또 새 정부 초기 인사(人事)에서 외교관 출신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주미(駐美) 대사와 외교부 장관을 지낸 한승수 총리를 필두로, 직업외교관 출신 3명이 장관 내지는 장관급 보직에 기용됐다. 정권의 핵심 인물들이 번갈아 통일부 장관을 맡아 외교·안보 팀을 좌지우지했던 지난 10년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의 봄'이라고들 할 만하다.

그러나 외교부의 봄이란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기형적인 현실을 담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외교·안보 분야 부서 간에 주도권 경쟁은 있기 마련이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또는 국무부와 국방부 사이에 영역을 둘러싼 내부 경쟁이 벌어지곤 한다. 그러나 이는 비전과 정책을 선점하려는 승부이다. 지난 10년간 우리 내부적으로 벌어졌던 이념형 편가르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의 외교·안보 문제는, 가장 첨예한 이념 대립의 전장(戰場)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미와 반미, 햇볕정책 지지와 반대로 나뉘어 '제로섬 게임'을 했던 것이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그런 전쟁의 대리인으로 전투에 투입된 양상이었다. 이 같은 대립의 대표적인 예가 2004년 1월 윤영관 외교부 장관의 경질을 가져온, 이른바 '자주파'와 '동맹파'의 대결이다. 외교부 내부 고발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북미(北美) 정책 라인 전체가 청와대 감찰을 받았다. 당시 장관을 비롯한 북미 라인에 대해 책임을 물으면서 청와대가 밝힌 이유가 걸작이었다. "외교부가 새로운 자주적 외교의 기본 정신과 방향을 제대로 이해 못했다"는 것이었다. 바꿔 말하면 외교부가 미국 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에 책임을 물었다는 식의 이 발표는, 당시 정권의 외교에 대한 무지(無知)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었는가를 보여준다.

정권이 바뀌면서 외교·안보의 틀도 변했다. 새 정부는 한미 동맹의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이젠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일에 더 이상 용기가 필요하지 않다. 지난 정권에 의해 왜곡된 동맹의 문제가 이제 정상화되는 과정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동맹의 복원은 옳은 방향이지만, 그런데도 자꾸 눈길이 통일부, 더 나아가 남북 문제로 향하게 되는 것이 요즘의 솔직한 심정이다. 통일부는 이미 새 정부 출범에 앞서 폐지될 위기를 맞았었다. 한반도 문제에서 동맹의 논리, 국제적 관점에 따른 보편성의 논리가 지배하면서 통일부의 목소리는 거의 사라져버렸다.

지난 10년의 잘못에 대한 반작용으로, 우리 외교·안보의 중요한 한 축을 이뤄온 부처나 그들이 갖고 있는 전문성이 사장(死藏)되고 무시된다면 이는 국가적 손실이다. 북한에 대한 전문지식과 정보력은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중요한 경쟁력이다. 동맹과 남북관계, 통일부와 외교부가 경쟁하며 협력하는 '플러스섬(plus-sum) 게임'이 되는 것이 외교·안보 분야가 진정으로 정상화되는 길일 것이다. 외교부의 봄이 남북 문제의 겨울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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