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공휴일인 1일 4·9총선 공천 신청자에 대한 닷새째 면접을 실시하던 도중 한 공심위원이 난데없이 선풍기를 요청했다.
11명의 공심위원이 5평 남짓한 공간에 빼곡히 자리를 채운 가운데 진행된 이날 면접장의 뜨거운 열기를 단적으로 보여준 말이었다. 특히 이날은 민주당의 초강세 지역인 호남권 신청자에 대한 첫 면접이 실시된 탓인지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전국 평균 2대1을 훌쩍 뛰어넘는 6.5대 1의 호남권 공천경쟁률이 보여주듯 ‘공천이 곧 당선’이란 등식이 성립하는 지역이란 판단 때문에 면접장 주변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장관·의원·구청장 출신 등 쟁쟁한 인사들로 면접장은 북적거렸다.
한 후보는 “너무 긴장해 긴장 안한 것처럼 위장하기도 힘들다.”고 말했고, 또 다른 후보는 “모두 장관·구청장·의원 출신인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실제 면접도 깐깐하고 공격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공심위원들은 사전에 해당 후보의 이력을 꼼꼼히 살핀 듯 예사롭지 않은 질문을 툭툭 던지며 후보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광주 동구가 대표적인 예. 박주선 후보에 대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었는데 왜 광주 지역구를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이 나왔고, 현역 의원인 양형일 후보에 대해서는 “조선대가 로스쿨 선정대학에서 탈락한 이후 지지도가 떨어졌다는데 상황이 어떤가.”라고 묻기도 했다.
박재승 공심위원장은 박 후보에 대한 면접에서 “박상천 공동대표가 민주당의 현역의원이 있는데도 고향이라는 이유로 전남 고흥.보성에 출마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듣기에 따라 박 공동대표의 선택에 대한 불편함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대목이었다.
광주 서구갑에 대한 면접도 ‘까칠하게’ 진행됐다. 대변인인 유종필 후보자는 “대변인을 맡으면서 강한 표현을 많이 쓴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자 “소수당을 대변하니까 부득이한 측면이 있었다. 이제는 대변인이 아니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변인’을 하게 해달라.”며 넘어갔다.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조영택 후보자에 대해서는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386 실세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고, 조 후보자는 “전혀 상관이 없는 얘기다. 고 건 전 총리의 거듭된 요청으로 총리실에 들어갔다.”고 적극 해명했다.
면접을 마친 후보자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한 후보는 “40년 만에 다시 본 면접이었다. 예리한 질문이 상당히 많았다.”고 소감을 밝혔고, 또다른 후보는 “예전에 내가 면접관을 맡았을 때 잘해줄걸 하는 생각도 든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 후보는 “2분만에 면접이 끝났다.”며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은 공심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최인기 공심위원은 “유능하고 능력있는 분들이 몰려있어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호남과 달리 서울에는 상대적으로 인재풀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또다른 공심위원은 “말 그대로 용호상박”이라며 “이런 분위기라면 경선 지역이 속출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공심위는 이날 광주에 이어 2일 전남, 3일 전북을 끝으로 일주일간의 후보 면접을 모두 마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