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초혼(招魂)

鶴山 徐 仁 2008. 2. 16. 18:10








서정후 회원님께
현명한 사람(Wise People) 서정후(westy815) 회원님께 드립니다.
초혼(招魂)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한국인이 뽑은 김소월의 명시 모음집 -


사랑한다는 고백 한번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습니다. 언제라도 찾아가면 만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늘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었기에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도 영원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 되고 말았습니다. 산산이 부서져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 되고 말았습니다. 설움에 겹도록 불러봐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숭례문은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별이, 우리의 헤어짐이 이렇게도 빨리, 이렇게도 허망하게 다가올 줄은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문화재로서 그리고 국보로서 극진한 대접 한번 제대로 받아보지도 못하고 질곡의 세월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하늘을 향해 통곡한들 그 넋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요. 머리 풀어헤치고 사죄한들 우리의 죄악을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 "상처와 흉터들을 제 안에 간직한 채로, 한민족의 영광과 고난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함께해 왔다. 이 땅과 백성들이 찢기고 아파하고 울부짖던 순간순간을 같이 견뎌내었다. 주린 배를 움켜쥐어야 했던 시절에도, 기적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던 시절에도 거기 그렇게 서 있었다. 새벽에 일터로 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았고 달랑 가방 하나 들고 서울역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들에게는, 설렘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민초들의 발길과 숨결이 닿는 바로 곁에서 한 식구처럼 볼 것, 못 볼 것 죄다 보아오며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그리 장엄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수더분한 낯빛으로 우리와 눈을 맞추어왔다. 민족의 자랑이자 상징으로서, 역사의 증언자로서 언제까지나 함께할 줄 알고 있었다"... 김병종 서울대 교수·화가(chosun.com)

비록 숭례문을 잃기는 했지만 잊지는 말도록 합시다. 600년 이라는 세월을 견뎌왔던 그 위용을 가슴 속에 간직합시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아끼지 맙시다. 표현하지 않는것은 사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표현할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들을 이제는 마음껏 사랑하도록 합시다. 숭례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합시다. 그것이 살아남은 우리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 와플에세이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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