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스크랩] 섬 전체가 온통 동백숲,나만의 산책길-지심도

鶴山 徐 仁 2007. 12. 24. 09:46

Daum 메인 라이프스토리에 소개된 포스트입니다.

유배의 땅, 그래서인지 거제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섬이다. 대부분의 유배지는 풍광이 뛰어나다. 단종의 청령포, 다산의 귤동, 정약전의 흑산도, 추사의 제주도 등을 봐도 쉬이 알 수 있다. 이곳 거제도 역시 고려 의종과 조선 개국때 왕족들이 유배되었다. 아름다운 해안과 수십여 개의 섬들로 이루어져 있어 유배객들의 서러움을 자아 내었으리라. 죄인의 목이 떨어지는 것처럼 뚝뚝 떨어지는 붉은 동백꽃을 보며 얼마나 서글퍼겠는가!

 

장승포항에서 12시 30분 배를 탔다. 지심도행 선박을 타는 곳은 장승포동사무소 못 미처 별도로 있었다. 10여분 남짓 배로 달리니 지심도에 도착했다. 전날 선착장에 전화를 걸어 동백이 피었냐고 물었더니 몇 떨기 피어 있다 하였다. 한 시인의 싯구처럼 '동백꽃을 보러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많이 피지 않아' 약간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꽃이 피는건 힘들어도 지는건 잠깐이더군" 시인의 싯구처럼 동백꽃이 피기에는 많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동백하면 여수 오동도, 고창 선운사, 강진 백련사 등이 유명하다. 이 모두를 가 보았지만, 동백꽃은 보지 못하고 선운사의 동백을 제외하고는 동백나무만 보고 왔었다. 이 곳 지심도가 동백으로 유명하다는 건 최근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다. 한 지인과 식사를 하면서 여행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욕지도에 갔었다고 하니, 지심도를 가보라고 하였다. 자신이 태어나서 그렇게 큰 동백나무들을 본 적이 없다고 지인은 너스레를 떨었다. 경치도 으뜸이라며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무엇보다 반가운 얘기는 섬이 작아 걸어서 섬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왜냐구요? 가난한 여행자에겐 비용을 줄이는게 중요하니까요. 비싼 차량운송비가 절약되니 부담없이 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장승포항 풍경 오징어, 가자미, 장어, 우럭 등을 말려서 팔고 있었다.

 

섬에 도착하니 선착장 주위는 낚시꾼들로 북적거린다. 오토바이도 아닌 것이 차도 아닌 요상하게 생긴 차가 분주히 오고 간다.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일종의 섬의 자가용인 셈이다. 앞에는 오토바이처럼 생겨 운전자가 타고 뒤는 경운기 짐칸처럼 짐을 실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섬의 도로는 수레 하나가 겨우 지날 정도의 폭이니 거기에 맞추어 실용적으로 설계된 것이다.

 

지심도 면적 0.356㎢, 해안선길이 3.7㎞, 최고점 97m, 인구 22명(1999)이다. 동백섬이라고도 한다. 지세포에서 동쪽으로 6㎞ 해상에 위치한다. 조선시대 현종 때 주민 15세대가 이주하여 살기 시작하였으며 일제강점기에는 요새로서 일본군 1개 중대가 광복 직전까지 주둔하였다. 멀리서 보면 군함의 형태를 닮았고 남해안에는 높은 해식애가 발달하였다. 내륙의 평탄한 능선지대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땅을 개간하여 밭과 과수원을 조성하였다. 주민들은 농업과 어업을 겸하며, 쌀·보리·고구마가 산출되고, 멸치잡이 및 김·미역·굴 등의 양식이 활발하다. 섬 전역에 걸쳐 후박나무,소나무,유자나무,동백나무 등 37종에 이르는 수목과 식물들이 자라는데, 전체 면적의 60∼70%를 동백나무가 차지한다.

 

번잡한 부두를 벗어나자 이내 동백숲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지인의 말이 허풍이 아니라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있다는 게 놀라움 그 자체였다. 게다가 한 두 그루가 아니라 섬 전체가 동백군락을 이루고 있으니 할 말을 잃어 버렸다. 민박집 평상에 잠시 앉아 오늘 일정을 점검해 본다. 먼저 마끝으로 가기로 하였다.

 

마끝가는 길은 한 명이 겨우 지날 정도의 오솔길이다. 소나무와 동백나무가 짙은 녹음을 이루고 있는 호젓한 길이다.

 

마끝에 서니 아래로 천길낭떠러지이다. 바위 사이를 비집고 내려가 촬영 포인트를 잡는다. 가히 선경이다. 해안절벽이 유난히 발달한 섬의 지형으로 인해 해안선 어디라도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바위 곳곳에는 이미 낚시꾼들이 하나씩 점거를 하고 있었다. 조금은 한적하다 싶더니 배들이 무수히 오고 간다. 육지와 섬 사이가 좁은 해협을 이루고 있어 작은 배들은 이 사이로 운항을 하고 있었다. 배가 지날 때면 갈매기들이 영락없이 배 주위로 몰려들었다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마끝은 지심도의 남쪽 끝에 있는 해안절벽이다. 벼랑 위에는 해송과 고사한 나무들이 함께 서 있다.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닌 하나임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지명은 마을 주민의 이야기와 이것저것 조합해보니 유추가 된다. 남쪽을 의미하는 것이 '마'이다. '마파람'이 남풍을 의미하듯이 말이다. 벼랑 주위의 바위 틈새에는 갖은 야생화들이 피어 있었다. 고들빼기, 쑥부쟁이 등과 이름모를 꽃들이 따스한 햇살을 쬐고 있었다. 

 

 

마끝에서 다시 민박집 방향으로 향한다. 길이 외길이여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민박집에 이르니 아주머니 두 분이 햇살을 쬐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실 섬 곳곳의 지명이 심히 궁금하던 차였다. "아주머니, 마끝이 왜 마끝인가요?" 하니 한 아주머니는 모르겠다고 손사래를 치신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마끝요. 그 쪽으로 마파람이 세게 불어서 그런가보데예." 하신다. 용기를 내어 아예 지도를 꺼내어 곳곳의 지명을 물어 본다. 그것을 쭉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마끝은 남풍을 마파람이라 하듯 남쪽의 끝에 있다 하여 마끝이고, 노랑여는 물속에 잠긴 바위를 보통 여라고 하는데 유독 바위 색깔이 노란색이라 노랑여라 한다. 찬물고랑은 산기슭에서 찬물이 나와 고랑을 타고 바다로 흘러들어 가니 그렇게 불리운다. 높은여는 바위벼랑이 해안쪽으로 높이 툭 튀어나와서 그러하고, 서장바위는 서쪽의 장대를 의미한다. 샛끝벌여는 섬과 육지 사이로 바람이 부는 곳이란 의미로 사용된 듯하다." 아주머니의 설명이 청산유수다. 대개 섬의 지명은 낚시꾼이나 주민들에 의해서 붙여진 이름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전설이 없는 한 생김새나 위치로 대개 이름이 붙여진다. 아주머니 말을 들으면서 '참 합리적인 지명들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죄다 일리가 있는 설명이다.  아주머니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답례로 사진 한 장 찍어 드리겠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이내 포즈를 잡아 주신다. 민박을 하시는 아주머니여서 서비스로 민박집 간판이 살짝 나오도록 하였다. 다음에 오는 길이 있으면 숙박을 하겠다고 하면서, 아주머니 성함을 물어 보았다. "박미옥입니더. 미옥이"

 

 

 

길에 들어서니 바로 왼편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역시 민박집이다. 전망이 일품이다. 마당이 너무 예뻐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주인 아주머니가 나온다.

 

 

"집이 너무 예쁘네요. 황토마당하며, 해안쪽으로 바추 선 나무의자와 테이블이 너무 멋스럽네요. 누구 아이디어 인가요?" 하니 '" 우리 아저씨요" 그제서야 아저씨를 바라 보니 방금 마끝에서 여행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분이었다. 아저씨는 환한 미소로 아는 체를 하신다. 배도 출출하고 해서 아주머니한테 라면 좀 끓여닭라고 하니 흔쾌이 응하신다. 붉은 동백꽃 아래 맨드라미를 벗삼아 바다를 바라 보며 먹는 라면 맛은 가히 꿀맛이다. 가난한 여행자에겐 비싼 음식보다 분위기 있는 곳에서의 라면 한 끼가 더 황홀하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국물까지 완전히 비우고 나니 주인아주머니가 커피를 서비스로 내오신다. 이런 말 저런 말 끝에 활주로에 대해 물으니 최근에 국방과학연구소가 들어서면서 닦은 헬기장이란다. 일제시대 일본군요새로서 1개중대가 광복 직전까지 주둔하고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혹 그때 건설되었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아담한 독채 민박집과 5평 남짓한 고운 황토마당이 너무나 예쁜 집이었다.

 

 

 

 다시 동백숱 터널이다. 햇빛이라고는 나무 틈으로 겨우 헤집고 들어온 것만이 살아, 땅을 비춘다. 섬의 일주도로가 전부 이런 터널을 이루고 있다. 지심도의 동백꽃은 12월 초부터 피기 시작하여 4월 하순경이면 꽃잎을 감춘다. 이 시기에는 어느 때라도 붉은 동백을 감상할 수 있지만 꽃구경 하기에는 2월에서 3월 기간이라고 한다.(지심도 안내문에는 3월로, 여행자가 주민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2월이 적기라고 하였다.). 동백은 남쪽 바다에서 봄의 시작을 알리는 '봄의 전령사' 셈이다. 한 겨울에도 꽃을 피우지만, 날씨가 춥거나 눈이 오면 꽃망울을 잘 터뜨리지 않는다고 한다. 가루받이를 하기 전에 꽃이 얼어버리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란다. 섬 전체의 60~70%를 동백나무가 차지하고 있다.

 

 

햇살이 따사롭다 못해 더위를 느낄 정도이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오른쪽 샛길을 빠지면 포진지가 나온다. 다시 거기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니 숲 사이로 수십길 낭떠러지가 나온다. 조금만 헛디뎌도...... 날씨가 더운데다 긴장까지 하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연신 땀을 훔쳐내며 조심스레 바탈길을 내려 섰다. 좌우로 보니 마흔여 섬이 보이고 노랑여와 마흔육지가 연달아 보인다. 노랑여는 색깔때문에 이름을 얻었는데, 마흔여는 무얼까? 가만히 관찰해보니 여가 마흔개는 더 될 정도로 굴곡이 많다. '아! 이래서 마흔여라 불리울 수 있겠구나' 하며 스스로 만족해 한다.

 

마흔여와 마흔육지

 

아름드리 동백나무와 상록수에 둘러싸인 학교(폐교)

 

 

폐교를 지나니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은 지대가 높아 양옆으로 바다를 볼 수있는 호사로운 길이다. 동백숲에 가려 바다를 볼 수 없는 이 섬의 산책로 중 유일하게 양쪽으로 트인 산길이다. 가슴이 후련해진다. 다시 짙은 동백숲터널이다. 한참을 걸어가니 더 이상 갈 수 없는 벼랑끝이 나온다. '새끝벌여'. 두 아저씨가 나무를 베고 풀을 뽑고 흙을 다지고 있었다. 벼랑끝에서 작업을 하는 모습이 위태위태하게 보인다. 무엇을 하느냐고 하니 산책길 정비 중이란다. 한 분은 외국인이었다. 영어로 짤막하게 물어 보니 러시아에서 왔다고 한다. 저 멀리 바다 건너에서 와서 타국의 섬 그것도 벼랑끝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보니 여행자의 마음이 무거워진다. 바람 부는 벼랑끝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고향을 그리며 자신의 고생을 속으로 속으로 묻어두겠지. 거제항을 분주히 오가는 배들을 보며 언젠가는 가족이 있는 고향에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겠지. "수고하세요." 여행자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었다.

 

망루에서 바라본 동섬 동쪽 끝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성의 남쪽에서 시작한 여정은 동쪽을 돌아 북쪽으로 다시 서쪽을 마지막으로 끝이 나리라. 동백숲이 조금은 지겨울 무렵 푸르디 푸른 대숲이 대신하여 여행자를 맞이한다.

 

 

인적 하나 없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득히 밀려오는 파도소리뿐. 이 적막을 누가 깰 것인가? 간간히 뚝뚝 떨어져 있는 동백꽃. 괜히 서럽다는 생각이 든다. 동박새인지, 직박구리인지 모를 새소리만이 이 섬에 여행자 혼자가 아니라는 걸 일깨워 줄 뿐이다. 햇살이 어두운 숲을 비집고 들어 온다. 어둠과 빛.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고 빛이 있으면 자연스레 어둠도 따라 온다. 대학시절 어둠이 싫어 저항을 한 적이 있었다. 어둠이 빛을 덮지 않는 한 어둠도 역설적이게 빛과 공존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많은 아픔과 눈물, 세월이 필요했다. 한참을......, 이 숲에 자신을 가두어 버렸다. 이 어둠에 모든 걸 맡기고서야 저 빛을 따라 갈 수 있으리라.

 

 

겨우 몸을 추스려 빛을 따라 해변을 나갔다. 몽돌해수욕장. 섬이 작아 해수욕장이라고 해서 큰 기대는 안했지만 실제로 보니 웃음 밖에 안나온다. 채 10평이나 될까? 가족끼리 와서 텐트치면 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반은 일광욕하면 그 뿐인 장소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작은 해수욕장이 아닐까 싶다. 이 앙증맞은 곳을 해수욕장으로 본 이의 눈썰미가 놀라울 뿐이다.

 

이제 섬 여행도 거의 끝을 달리고 있다. 시간이 벌써 4시 30분이다. 배시간이 다 되었다. 또 뛰기 시작한다. 마지막 민박집 앞의 제법 장대한 후박나무가 섬의 역사를 묵묵히 말해 주고 있었다.

 

 

섬의 유일한 교통수단과 무료 찻집

 

 

 

 

 

지심(只心) 글자그대로 섬모양이 단지 마음 心자를 닮아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이전에는 지삼도라 불린적도 있다고 한다. 섬이 마끝, 동섬, 샛끝벌여 등 세 곳을 정점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일리 있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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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김천령의 바람흔적
글쓴이 : 김천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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