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간격, 사실상 동시 실시하는 셈
한나라 ‘국정 안정’ 겨냥한 과반 구상
신당 ‘BBK 쟁점 유지’로 주도권 노려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올해 대선은 내년 4월 9일 실시될 총선과 사실상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내년 1~2월 신당 창당 선언을 통해 총선 대비 입장을 밝혔고,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측도 ‘대선(大選)에서의 선전(善戰)을 통해 내년 초 정계 개편과정에서 주도권을 쥔다’는 총선 구상을 내놨다.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도 대선에 총력을 쏟는 한편에선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당내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1987년 이후 20년 만에 대선과 총선이 4개월 간격을 두고 사실상 동시에 실시되기 때문이다. 또 대선 승부의 균형추가 기울어져 총선 쪽에 시선이 몰리는 측면이 있고, 역으로 소속 의원들에게 대선 운동을 독려하기 위해서라도 총선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대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총선에서 안정적 과반의석을 확보해야만 공격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고 보고 ‘대선·총선 쌍둥이 압승(壓勝)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방법론에 대해선 당내 생각의 갈래가 복잡하게 나뉜다.
당초 이명박 후보 측근들은 과감한 ‘공천 물갈이’를 통해 “이명박 정치는 여의도 정치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총선 바람을 일으킨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보수우파 진영이 분열되고, 이회창 바람 잠재우기를 위해 박근혜 전 대표의 협조가 절실해짐에 따라 영남권 공천 물갈이엔 상당한 부담이 따를 전망이다. 박 전 대표측과의 갈등 진화를 위해 백의종군 중인 이명박 후보측 좌장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대선 후 복귀할 경우, 양 계파 간 힘겨루기는 본격적으로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그 싸움의 향배에 따라 내년 총선에 임하는 한나라당 진용의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대통합민주신당은 10일 ‘BBK 특검법’ 및 ‘BBK 수사검사 탄핵소추안’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열면서, 그 회기를 내년 1월 10일까지로 잡았다. 오충일 신당 대표는 이날 선대위에서 “결국 대선 이후에도 BBK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대선 승패와 관계없이 BBK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각오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급적 두 안건을 대선 전에 밀어붙여 보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총선용 쟁점으로라도 이어가겠다는 복선(伏線)이 깔려 있는 것이다. 만일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경우, 삼성 특검 및 BBK 특검, 양대 특검카드로 압박하면서 총선 분위기를 야당 페이스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를 제외한 대다수 의원들은 지역 표밭을 누비며 중앙정치무대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후보에게 눈도장 찍는 일보다 ‘대선을 빙자한 총선운동’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회창 후보
이회창 후보측은 충청권에 바탕을 둔 국민중심당과의 연대 및 신당 창당 계획 발표를 통해 총선에 대비한 세력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가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4개월 후 총선 구상을 밝힌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대선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대선 승패에 배수진을 칠 경우, 지지자들은 이 후보의 대선 전망이 불확실해지면 사표(死票) 방지 심리에 따라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 쪽으로 쏠릴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 후보가 ‘전국 후보’로서의 이미지 퇴색을 무릅쓰고 충청권 기반 다지기에 나선 것 역시 총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창조한국당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의 고원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대선이 끝나면 대통합민주신당은 불임정당이라는 게 확인될 것이고, 그때 창조한국당이 새로운 미래비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건강한 미래세력의 주축이 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승패와 관계없이 대선에서 선전하는 것이 대선 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창조한국당측의 이런 입장 천명은 실제 자신들의 총선 구상을 밝힌 것일 수도 있고, 범여진영 내 단일화 압박을 피해나가기 위한 명분 제시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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