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권자의 정치 성향, 이를테면 보수주의자와 자유주의자의 차이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설명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인의 3분의 1은 보수주의자, 5분의 1은 자유주의자이다. 보수적인 공화당원들이 우파 성향이라면 진보적인 민주당원들은 좌파 성향이다. 이러한 정치적 신조는 환경에 의해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 통념이었다.
그러나 뉴욕대의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아모디오 교수는 정치 성향이 다른 까닭은 뇌 안에서 정보가 처리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모디오는 43명에게 정치 성향에 대해 질문하면서 뇌의 활동을 살펴보았는데, 의견이나 이해관계의 충돌을 해결하는 기능을 가진 부위인 전방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에서 자유주의자가 보수주의자보다 2.5배 더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좌파 성향의 사람들이 변화의 요구에 더 민감하므로 그러한 반응이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온라인판의 9월 9일자에 실렸다.
이러한 정치 성향은 무의식적인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에서 비롯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확증 편향은 자신이 가진 믿음을 확증하는 정보만을 찾아서 받아들이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확증 편향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뜻이다. 에모리대의 심리학자인 드루 웨스턴 교수는 뇌에서 확증 편향이 발생하는 부위를 찾아내고, 확증 편향이 무의식적인 현상이며 정서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에 웨스턴은 핵심 공화당원을 자처하는 15명과 골수 민주당원 행세를 하는 15명 등 30명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들여다보면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연설 내용을 평가해달라고 주문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나왔다. 공화당원들은 케리에게, 민주당원들은 부시에게 일방적인 혹평을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실험 참여자들은 예외 없이 무의식적으로 확증 편향에 사로잡혀 있음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