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국제 금융권력 움켜쥔 ‘중동·아시아 자금’

鶴山 徐 仁 2007. 12. 12. 14:44

‘서브프라임 쇼크’로 씨티·UBS 등 글로벌 은행 휘청
오일달러·亞 중앙은행·헤지펀드 등 신흥세력 급부상

김홍수 기자 / 정철환 기자

 

 

국제 금융시장의 주도권이 바뀌고 있는 것일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쇼크로 글로벌 은행들이 휘청거리자 중동과 아시아의 국부(國富) 펀드와 중앙은행들이 구원 투수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보름 사이에 글로벌 금융회사인 씨티그룹과 UBS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관련 투자 손실을 메우기 위해 자존심을 접고 중동이나 아시아 자금에 잇달아 손을 벌린 것이다. 씨티그룹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국영투자기관인 아부다비투자청, UBS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중동계 투자기관이 각각 75억 달러와 115억 달러의 거액을 투자하면서 일약 최대 주주로 부상했다. (단 두 경우 모두 전환사채 매각 형태여서 주식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에만 주주가 된다)


 

이뿐이 아니다. 최근 3개월 사이에 아부다비 국영 투자회사는 미국의 대표적 사모펀드인 카알라일 지분 7.5%를 인수하고 세계 2위 반도체 업체인 AMD 지분 8.1%를 매입했으며, 두바이 정부 소유 펀드는 일본의 자존심인 소니 지분 3%를 매입했다.

이와 관련, 국제 금융계에서는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후(後) 폭풍이 기존 국제 금융 시장의 세력 판도를 뒤바꿔 놓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영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라드 리용은 “이제껏 세계 금융시장의 강자로 군림해온 서구 은행들의 힘이 약해지는 대신, 다른 지역에서 유동성과 자본이 공급되는 구조적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권력의 이동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낸 보고서를 통해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부터 오일달러, 아시아 중앙은행,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 신흥 세력들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22조 달러 규모인 선진국 연기금은 연 성장률이 5%대에 머물고 있는 반면, 중동(中東)의 오일머니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자산은 매년 20%씩 늘어나고 있어 2010년대 중반쯤엔 4대 신흥세력의 자산규모가 선진국 연기금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와 중동의 국부펀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현재 2조5000억 달러 규모인 전 세계 국부펀드가 15년 뒤인 2022년에는 27조7000억 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해 전 세계 금융자산 추정 규모의 9%가 넘는 규모다.

중국도 1조5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토대로 최근 미국, 영국, 동남아 각국의 금융기관과 기업들을 통째로 사거나 지분을 인수하고 있다.

또 1995년 970억 달러에 불과했던 헤지펀드의 자산규모는 2006년 1조5000억 달러로 성장,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특히 헤지펀드들은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 후 경영진 교체, 자산분할 등 기업 경영에 직접 간여함으로써 글로벌 기업들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중남미 국가들이 ‘탈(脫) 미국’ 행보를 가속화하면서 ‘금융 독립’을 모색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남미 7개국은 지난 9일 ‘남미판 국제통화기금(IMF)’인 방코델수르를 출범시켰다.

◆달러의 위상 추락이 근본 원인

이처럼 국제 금융시장 질서가 급변하는 근본 원인은 달러의 위상 추락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연 1조달러가 넘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경상적자+재정적자)는 달러의 위상을 실추시키고 미국 주도의 세계 금융질서에 대한 의구심을 낳았다.

특히 국제 금융시장이 과잉 유동성 잔치를 벌였던 과거와 달리 서브프라임 쇼크 이후 돈이 모든 것을 말하는 시기가 되면서 중동과 아시아자금 등 신흥 부국(富國)들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졌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원형 연구위원은 “한국도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는 한편, 아시아권 금융세력 강화를 위해 한·중·일 금융협력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