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精神修養 마당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鶴山 徐 仁 2007. 12. 1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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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 높은 성취(成就)를 이룬 위인들은 말합니다. “여보게, 세상에는 불가능은 없네”라고.

    그런데 사방에 불가능한 일들이 널려있지요. 하늘에서 별을 따오라는 것 말고도. 빗자루 타고 날아보기, 상속녀 패리스 힐튼과의 철학적인 연애, 가는 세월 속에 나이가 얼어붙은 듯 멈추는 것…. 불가능이 없다는 것은, 훈육적 의도가 있는 환각(幻覺)입니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뻔히 알면서 ‘현명하게’ 속아넘어가는 척할 뿐이지요.

    일상에서는 불가능한 게 아니라 심지어 가능한 것처럼 보여도, 자기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별로 없습니다. 자신의 현실적 한계를 냉정하게 아는 것은 쓸쓸하지요. 그럼에도 그 ‘비관(悲觀)의 힘’을 믿는 쪽입니다. 이런 질문을 해본 적 있습니까. “내가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것이 너무나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안 되는 것은 뭘까?”라고.

    저부터 실토하면, 내가 내 마음대로 가장 안 되는 것은 내 ‘마음’입니다. 나는 진지해지려는데 내 마음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나는 도덕을 표방하려는데 내 마음은 다른 걸 엿보고 싶어하고, 나는 온화해지려는데 내 마음은 불같이 화를 내고, 나는 출세를 위해 열심히 해보려는데 내 마음은 “뭘 그렇게 살아” 하고 말하는 식이지요.

    고삐 풀려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마음을 제어(制御)하는 것이야말로, 내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되는 것이지요. 너무 속상해하지 마시길. 가령 산속 수행승들에게 “왜 여기 계시냐?”고 물으면, “마음 공부 한다”고 답합니다. 평생 마음 공부 한 이들조차도 그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부리는 데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지요. 마음 공부만으로 먹고사는 이런 수행승들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겠지요. 이는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이 오랫동안 검증됐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내 ‘마음’보다 훨씬 더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은 커가는 자녀들입니다. 자녀를 키워본 부모라면 “이건 내 마음 같지 않아. 차라리 강아지를 키우는 게 낫지”라는 탄식을 이해합니다. 내 마음도 제어가 안 되는데, 내 마음 같지 않은 자녀야말로 내 마음대로 되겠습니까. 하지만 지금의 부모도 자녀인 적이 있었고, 그 자녀는 지금의 자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지요.

    그저께 대입수능시험이 치러졌습니다. 우리 자녀들은 앞이 안 보이는 길 위에 서있는 것이지요. 33세에 요절한 일본 작가 나카지마 아츠시(中島敦:1909~1942)의 ‘산월기(山月記)’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내가 구슬이 아님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애써 노력하여 닦으려고도 하지 않았고, 또 내가 구슬임을 어느 정도 믿고 있었기 때문에 평범한 인간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던 것이라네. 나는 세상과 사람들에게서 차례로 떠나 수치와 분노로 말미암아 점점 내 안의 겁 많은 자존심을 먹고 살찌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네.

    인간은 누구나 맹수를 부리는 자이며 그 맹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각 인간의 성정(性情)이라고 하지. 내 경우에는 이 존대한 수치심이 바로 맹수였던 걸세. 호랑이였던 거야. 이것이 나를 손상시키고, 아내를 괴롭히고, 친구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급기야는 나의 외모를 이렇게 속마음과 어울리는 것으로 바꿔버리고 만 것이라네.

    지금 생각하면 나는 내가 갖고 있던 약간의 재능을 허비해버린 셈이지. 인생은 아무것도 이루지 않기에는 너무도 길지만 무언가를 이루기에는 너무도 짧은 것이라고 입으로는 경구(警句)를 읊조리면서, 사실은 자신의 부족한 재능이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비겁한 두려움과 고심(苦心)을 싫어하는 게으름이 나의 모든 것이었던 게지.

    나보다 훨씬 모자라는 재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그것을 갈고 닦는 데 전념한 결과 당당히 시인이 된 자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말이야. 호랑이가 되어버린 지금에야 겨우 그것을 깨달았지 뭔가. 그것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가슴이 타는 듯한 회한을 느낀다네….”

    우리가 그 시절 무모하게 그랬듯이, 혹은 길에서 이탈하고 좌절했듯이, 그래서 지금 이 모습으로 살고 있듯이. 자녀들도 지금 보이지는 않지만 자기 길을 냄새 맡으며 찾아갈 겁니다.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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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보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