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精神修養 마당

그것은 정말 지독한 집착이었다

鶴山 徐 仁 2007. 12. 5. 19:37
그것은 정말 지독한 집착이었다


나는 지난해 여름까지 난초 두 분을 정성스레, 정말 정성을 다해 길렀었다. 3년전 거처를 지금의 다래헌으로 옮겨왔을 때 어떤 스님이 우리 방으로 보내준 것이다. 혼자 사는 거처라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는 나하고 그애들뿐이었다. 그애들을 위해 관계서적을 구해다 읽었고, 그애들의 건강을 위해 하이포넥슨가 하는 비료를 바다 건너가는 친지들에게 부탁하여 구해오기도 했었다.

여름철이면 서늘한 그늘을 찾아 자리를 옮겨주어야 했고, 겨울에는 필요 이상으로 실내 온도를 높이곤 했다. 이런 정성을 일찍이 부모에게 바쳤더라면 아마 효자 소리를 듣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렇듯 애지중지 가꾼 보람으로 이른 봄이면 은은한 향기와 함께 연둣빛 꼿을 피워 나를 설레게 했고, 잎은 초승달처럼 항시 청청했었다. 우리 다레헌을 찾아온 사람마다 싱싱한 난을 보고 한결같이 좋아라 했다.

지난해 여름 장마가 갠 어느 날 봉선사로 운허노사를 뵈러 간 일이 있었다. 한낮이 되자 장마가 갇혔던 햇볕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고 앞 개울물 소리에 어울려 숲속에서는 매미들이 있는대로 목청을 돋구었다.

아차! 이때에야 문득 생각이 난 것이다. 난초를 뜰에 내놓은 채 온 것이다. 모처럼 보인 찬란한 햇볕이 돌연 원망스러워졌다. 뜨거운 햇볕에 늘어져 있을 난초잎이 눈에 아른거려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허둥지둥 그 길로 돌아왔다. 아니나다를까, 잎은 축 늘어져 있었다. 안타까워 안타까워하며 샘물을 길어다 축여주고 했더니 겨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어딘지 생생한 기운이 빠져버린 것 같았다.

나는 이 때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그렇다. 나는 난초에게 너무 집녑해버린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난을 가꾸면서는 산철에도 나그네 길을 떠나지 못한 채 꼼작 못 하고 말았다. 밖에 볼일이 있어 잠시 방을 비울 때면 환기가 되도록 들창문을 조금 열어놓아야 했고, 분을 내놓은 채 나가다가 뒤미처 생각하고는 뒤돌아와 들여놓고 나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말 지독한 집착이었다.

며칠 후, 난초처럼 말이 없는 친구가 놀러왔기에 선뜻 그의 품에 분을 안겨주었다. 비로소 나는 얽매임에서 벗어난 것이다. 날 듯 홀가분한 해방감. 3년 가까이 함께 지낸 "유정"을 떠나보냈는데도 서운하고 허전함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앞섰다. 이때부터 나는 하루 한 가지씩 버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난을 통해 무소유의 의미 같은 걸 터득하게 됐다고나 할까.


- 법정스님의 '무소유' 中에서


찬 바람이 불면서 거리의 가로수들은 모두 헐벗고 말았습니다. 찬란한 자태를 자랑하던 단풍도 고고한 금빛은 뽐내던 은행잎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쓸쓸하고 앙상한 가지만이 남았습니다.

영원할 수 없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봄날에 피는 화사한 꽃들도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고개를 떨구어야 하듯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나면 더 큰 대업을 위해서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꽃이 아무리 좋아도 열매없는 나무는 존재의 의미를 잃은 것이라 해야겠지요. 단풍이 제아무리 고아도 추운 겨울을 지나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잎새를 떨구어야만 합니다.

돌아보면 가진 것들 중에서 정말 필요한 것들도 있겠지만 소유욕과 집착으로 버리지 못하는 것들도 많습니다. 더구나 남이 가진것과 비교하면 끝도 없이 부족한게 인생입니다. 하지만 법정스님은 적게 보고 적게 듣고 필요한 말만 하면서 단순하고 간소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행복해지는 길이라며 아쉬운 듯 모자라게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소유는 탐욕을 낳는 까닭입니다.

12월은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구지 가진 것을 버리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네요. 얻기위해 들인 노력과 시간과 정성을 생각할때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들입니다. 버리지 말고 베풀어보세요. 내가 가진것들 중에서 함께 너눌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세요. 혼자만이 아닌 여럿이 함께 할때 세상은 더욱 아름다운 곳이 될테니까요.

- 와플에세이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