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는 로스쿨 인가 보고서를 담당한 교수 10여명이 휴강을 남발하는 바람에 일부 수업이 12월 말까지 늦춰졌다. 이에 따라 어학연수 등 학생들의 방학 계획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 대학 법대생 이모(24)씨는 “12월 초 기말고사가 끝난 뒤 해외 출국을 준비하고 있거나 계절학기 수강 계획을 세운 학생들이 고민에 빠졌다.”면서 “로스쿨 인가신청이 마감되면 정상화될 줄 알았는데 여파가 계속돼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로스쿨 준비기간 동안 법대의 수업 담당 교수가 여러 차례 바뀌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숭실대의 경우 상법 전공 교수 2명이 경쟁 대학으로 빠져나가자 궁여지책으로 처음에는 시간 강사로 대체하다가 나중에는 다른 교과목 교수로 바꾸었다. 신청 막판에는 새로 임용된 교수로 또다시 교체됐다. 법대생 유모(26)씨는 “교수가 자주 바뀌어 수업의 연속성에 큰 차질이 빚어져 등록금이 아까울 정도”라면서 “학기가 끝나가는데 별로 남는 게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대학도 이런 문제로 내홍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심각한 휴강사태로 몇 차례 언론의 지적을 받았던 서울시립대에서는 로스쿨 인가신청 접수가 가까워질수록 휴강이 더 잦아져 학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기까지 했다. 일부 교수들이 ‘기말고사 뒤 보강’ 방침을 밝혀 논란은 더욱 커졌다.
법대생 임모(22)씨는 “기말고사가 끝나면 누가 보강에 관심을 갖겠냐.”면서 “학생회 차원에서 전단지를 돌리고 학과장과의 집단 면담을 요청했지만, 교수들은 ‘별일 아니다.’라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대 학생회는 집회 등을 통해 수업권 침해 문제를 계속 제기할 방침이다.
동국대는 일부 교수들이 보강 계획조차 마련하지 않아 학생들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이 대학 김모(22·여)씨는 “어떤 교수는 ‘로스쿨은 법대의 가장 중요한 사업인데 너희들도 희생할 건 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교수들이 ‘일단 인가신청이 끝나고 보자.’고 말했지만 아직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법대 교수는 “인가 신청이 끝났지만 이제부터 진짜 경쟁이 시작됐다.”면서 “로스쿨 유치 여부는 대학 존립 차원의 문제여서 기존 학생들의 수업권까지 생각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실천연대 위정희 시민입법국장은 “로스쿨 경쟁이 과열돼 학생들의 수업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면서 “후속대책이 마련돼 법대 학생들의 불만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